제목 | 때에 알맞게 이루어지는 기도의 신비 | |||
---|---|---|---|---|
작성자김선진 | 작성일2006-11-18 | 조회수617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찬미 예수님!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루카 복음 18장 7절 큰 딸은 아빠를 닮아서인지 어릴때 부터 총명했다. 미국에서 3살때부터 바이올린을 가르쳤는데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앞서는가 하면, 한국에 돌아 갔을때가 일학년이었는데 준비물부터 과제물까지 엄마의 도움을 안 받고 척척 잘 하곤해서 기특하다고 여겨왔다. 학교에서 과학 사생대회를 하는데 낱말들이 생소하고 이해를 못해서 놀이터 그림을 그리는 등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건만 내색도 하지 않고, 받아쓰기에서 빵점을 받아도 기죽는 법 없이 금새 쫒아 갔고, 첫 여름 방학을 맞이 했을 때 여름 방학 과제물인 문제집을 하루만에 다 푸는 기민함을 보일 뿐 아니라, 중학교에 올라 가서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들과 눈을 맞추고 질의 응답을 하는 모범 학생이었다. 그런 큰딸이 동생의 사고로 인해 집안이 쑥대밭이 되고 동생의 재활을 위해 할 수없이 미국으로 오게 되는, 자신이 좋아 하던 친구나 선생님들과 헤어져야만 되는 상황이 일어나자 부모님은 온전히 동생에게 헌신해야 하는 사람으로 인정하고는 자신의 속내를 일체 보이지 않고 부모의 도움을 일체 거부하는 아이로 변해 버렸다. 그러다보니 한창 사춘기인 고등학교 생활을 낯선 곳인 미국에서 친구도 없이 외롭고 재미없게 보내게 되고 기대를 온몸에 하고 있던 엄마와는 충돌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과는 달리 고등학생이라도 운전을 하지 않고는 자유롭지 못한 덕분에 그나마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대학을 들어가자 마구 날뛰는 망아지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으로 학교 앞에 있는 아파트를 한국에서 온 유학생과 빌어 함께 살면서 공부는 뒷전이고 온 학창 시절을 즐겁게 노는데 소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번은 남편이 구역모임에서 복음 나누기를 하는데 갑자기 큰 딸이 비싼 등록금을 대 주었더니 CD만 사 모으더라는 이야기를 해서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똑똑했던 딸애가 성적표에CD만 받을 뿐 아니라 권총까지 차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이런 애가 졸업을 할 수 있을지도 염려가 되었고 행동면에서도 문제학생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는데 입이 딱딱 벌어지곤 했다. 드디어 난 그애를 원수보다도 더 미워하고 우리 가족의 일원에서 빼 버리자고 남편을 재촉했으며, 그 애를 만날 때 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악담을 서슴치 않고 퍼부었다. 그러기를 오랜세월이 흘러 갔는데 어느 사순절에 큰 맘 먹고 큰 애를 사랑해야지 하는 목표를 두자 언성을 높히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이로 변했지만 여전히 괘씸하고 맘에 안들고 싫어하는 감정이 세세에 생기곤 하였다. 항상 기도중에 그애가 자신을 반성하고 다른 인간으로 변하길 무척이나 기도했지만 하느님께서는 들어 주시지 않는 것같이 내게는 느껴졌다. 그래도 오직 매달릴데는 나의 보루인 하느님밖에 없으므로 구구장창 기도했더니 놀랍게도 하느님께서는 내가 원하는 때와는 상관없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히 서서히 그애와 나를 동시에 변화시키시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낙심하지 말고 끈질기게 기도해야 한다면서 재판관을 물고 늘어지는 과부의 예를 들어 주시고는 하느님께서는 밤낮으로 애원하는 이들의 청을 미적거리실 분이 아니라고 천명하신다. 비록 곧은 길로 가지 않고 많이 돌아 온 큰 딸이지만 지금은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엘리트 사원으로, 성질을 크게 죽이지는 못했어도 부모에게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소중한 아이로 우리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억지를 부려도 안되는 일을 하게 하시는 분이 하느님이시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도의 신비라고 나는 생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