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강론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어느 성당 앞에 거지 둘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십자가를 손에 들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염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성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염주를 손에 든 거지를 째려보며 십자가를 들고 있는 거지에게 돈을 주고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십자가를 들었던 거지의 깡통은 가득 찼고, 염주를 손에 든 거지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만 받았을 뿐 한푼도 얻지 못했다.
그 광경을 본 신부가 염주를 손에 든 거지에게 다가가 말했다. “이것 보시오, 여긴 성당 앞이오. 당신은 여기 1년 내내 앉아 있어 봐야 한푼도 벌지 못할 것이오.” 신부가 가고 주변이 조용해지자 염주를 들고 있던 거지가 십자가를 들고 있는 거지에게 말했다. “이봐, 저 신부가 우리 사업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러자 십자가를 들고 있던 거지가 대답했다. “글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군. 아무튼 이제 사람들이 다 나온 것 같으니까 일어나서 저쪽 절 앞으로 가자고.”
이 이야기를 들으며 ‘거지들도 돈을 벌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지조차도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데, 나는 과연 주님의 관심을 끌 만한 일을 하고 있는가? 혹시 ‘주님께서 알아서 해주시겠지’, ‘이런 것까지 주님께 청할 순 없지’라는 안이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마음을 가지고는 주님께 사랑과 은총을 받을 수 없다.
예리코의 소경처럼 남의 이목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라고 큰소리로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용기를 통해 우리는 주님께 “주님,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우리의 소원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자, 눈을 떠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임종심(서울대교구 중림동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