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딘 마음 ( 마르15,21~41)
어느 병원 영안실 앞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직 결혼도 안 한 딸을 먼저 보낸 어머니가 통곡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인은 화장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유족들은 어머니를 차마 화장터까지는 데리고 갈 수 없어
그를 두고 영구차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자식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어머니의 애통함은 너무도 처절했습니다.
자식의 이름을부르며 영구차에 매달리는 어머니.....
위로의 말조차 찾지 못한 조문객들은 어머니의 통곡에
힘께 눈물을 쏟으며 이렇게 위로할 따름이었습니다.
" 어머니, 진정하세요. 그 아이는 거기에 없어요.
벌써 좋은 데 갔을 거예요. 거기에 있는 건 그냥 죽은 몸일 뿐이예요."
예수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하느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사실 크게 비통한 느낌은 없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죽어도 기슴이 아프고,
상을 당한 사람을 위로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우리는 왜 사랑하는 예수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이렇게 아무 느낌 없이 대면하기만 할까요.
자식 잃은 어머니를 위로하는 말처럼
그분이 이미 좋은 데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
그분이 곧 부활하실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요.
그러나 예수님의 죽음이 그저 해마다 반복되는
'연중 행사' 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진지하게 반성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예수님은 여전히 피 흘리며
" 하느님, 내 아버지, 왜 나를 버리시나요? " 라고 하며
고통스러워 하시는데도 말입니다.
" 예수께서는 큰 소리를 내시면서 숨을 거두셨다.
그러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둘로 찢어졌다.
그리고 그분을 마주보고 거기 서 있던 백부장이
그렇게 소리지르면서 숨을 거두시는 것을 보며 말했다.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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