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 박자 천천히 l 김우성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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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11-24 | 조회수72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한 박자 천천히
"그 놈이 나를 붙들고 있는가, 내가 그 놈을 붙들고 있는가?" "분노가 나에게 달라붙었는가, 내가 분노에게 달라 붙어있는가?"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가, 세상으로 마음을 보고 있는가?"
어느 날 화가 잔뜩 오른 교우가 집무실 방을 두드렸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 교우 얼굴을 바라보고선 다행스런 마음이 들었다. 왜냐면 저 얼굴로 자기 집에 들어가기 보다는 차라리 사제 집무실에서 조금이라도 식히고 가면 좋겠다 싶어서였다. 가족들에겐 커다란 공포와 두려움이 될 테니까 말이다. 잠시 대화를 하다 보니 나 자신도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 형제는 자기 행위에 대한 타당함을 신부에게 인정받으러 온 것처럼 갈수록 거친 말투로 일관했다. "형제님, 저는 형제님 자신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참다못해 한마디 했지만 속 터지는 속사정도 못 들어주느냐는 식으로 계속 화를 내며 남에 대한 얘기만 했다. 그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겠지, 때가 되면 주님께서 저 형제를 데리고 나가시겠지 하며 스스로에게 위안의 말을 던지며 듣고 또 들었다. 그런데 그 형제는 똑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했다. 언제쯤 대화가 끝날 것인지 막막함마저 들었다. 결국 "형제님, 저를 찾아온 주제가 무엇이요?"하며 화를 내고 말았다. 순간 그 형제의 얼굴이 붉으스레 해 지면서 무안한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닌가! 금새 나 자신도 '그냥 주님의 이름으로 들었어야 하는 건데'하며 반성의 맘이 스쳤다. 오래 전 교정사목을 할 때 사형 집행 장에서 한 형제는 마지막 유언으로 담배 한대를 피고 싶다고 했다. 소장은 허락을 했고 그 형제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적막함이 흘렀다. 이에 소장이 "이제 담배 불을 그만 끄고 다음을 진행하는 것이 어떻겠소?" 하고 물었다. 그 때 그 사형수 형제의 "마지막 가는 사람, 담배 한대 피우는 시간마저 기다려 주지 못해요?"하는 그 한마디에 다시금 숙연한 분위기로 마지막 한모금의 담배 연기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성급한 판단보다는 내가 저 형제의 맘이 되어 함께 흘러가 보는 것도 좋겠지." 그래도 주님 그러한 만남은 참으로 드물게 하고 싶습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저를 늘 들어주시고 굽어보시느라 얼마나 힘드십니까? - 김우성 신부(의정부교구 양주2동본당 주임)
Mouche de force froidement ma oie sauv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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