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62) 마가렛 수녀의 조언 / 김연준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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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유정자 | 작성일2006-11-24 | 조회수748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11월 넷째주 연중 제34주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내가 임금이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한 18,33-37)
사춘기 때 왕에 대한 나의 개념은 권력, 머리 조아림, 종속,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그래서 예수님을 왕으로, 임금으로 부르는 것이 친근한 인간적 관계보다는 굴종적 관계가 연상되어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그런 생각을 감히 밖으로 표출할 수는 없었고, 약간의 거리감을 느낀 채 신앙생활을 했다.
그런데 백인대장의 고백을 이해하게 되면서, 예수님이 왕이라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임을 깨닫게 되었다.
백인대장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높이 들리게 될 때 비로소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르 15,39) 라고 고백하였다.
인류역사상 가장 비참하게, 가장 무력하게 죽어간 사람 앞에서 "이분이야말로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 라고 고백하다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
인간은 가장 완전한 희생 앞에서 가장 완전한 사랑을 보게 된다. 예수그리스도의 완전한 희생은 온 우주역사를 영원히 새롭게 바꾸어 놓았다.
희생이 사랑이고 그것이 참된 권력이었다. 우리는 그런 희생 앞에서 초자연적 경외심을 느끼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게 된다.
예수님이 왕인 것은 그분 앞에서 우리가 공포와 굴종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존엄성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그 앞에서는 작고 겸손한 자가 참으로 높아지기 때문이고, 가난하고 슬피 울었던 사람들이 참으로 기뻐하게 되고, 억울하고 갇혔던 사람들이 풀려나게 되고, 고통받았던 사람들이 치유되기 때문이다.
오늘 그리스도 왕 대축일, 예수님께서는 '돈이냐, 나냐?'라고 물으신다. 우리 앞에는 두 왕이 있다. 어느 왕을 선택할 것인지는 내가 하는 것이다.
그 왕국의 선택이 최종적인 내 운명이 될 것이다. 예수님의 왕국에서는 섬기는 것이 다스리는 것이다.
왕이신 예수님은 직접 제자들 발을 닦아드렸다. 그리고 당신의 살과 피가 내 살과 피가 되도록 가장 인격적인 친교를 맺으셨다.
그러나 다른 왕국에서는 서로 누리려고 하고 스스로 높아지려한다. 그래서 끊임없는 불만과 불평, 피곤함을 경험하게 된다.
언젠가 소록도에서 지치고 힘들 때가 있었다. 그때 지금은 오스트리아로 가신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님께 가서 "수녀님 제가 지금 좀 힘드네요!" 했더니, 수녀님께서 "신부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 발을 씻겨드렸어요. 그것이면 돼요!" 하는 것이었다.
순간 부끄러움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다. 수녀님의 그 말씀은 정말로 내게 위로가 되었고, 새로운 용기를 주었다.
'그렇구나, 결국 나의 교만이 나를 지치고 힘들게 했구나. 내가 진정 겸손하다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이 다 감사거리들이 아닌가. 예수님과 함께하는 새 왕국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ㅡ 출처 : 가톨릭 다이제스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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