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우들과 신앙상담을 하다 보면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는데도 인생의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특히 성당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분들일수록 신앙의 위기를 더 크게 느끼는 것을 보게 됩니다. 사실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도 인생의 고통이나 어려움이 우리를 피해가지는 않습니다. 때론 열심히 살지 않는 이들이 더 편안한 삶을 사는 것 같아 우리를 더욱 속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세례를 받는 이들에게 제가 늘 하는 권고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제 세례를 받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제 여러분은 하느님이라는 든든한 보호자를 얻게 되신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이 세례를 받았다고 해서 여러분의 인생이 갑자기 원하는 대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바뀌어야 할 것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여러분의 삶이 바뀌고 이웃과 세상을 바라보는 여러분의 시각이 바뀌게 될 때 비로소 여러분의 인생도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신앙은 단순히 인생의 어려움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힘입니다. 신앙은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원천입니다. 신앙이 이런 힘을 갖게 되는 것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곧 어떤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함께하실 것이라는 신뢰와 예수께서 당신 목숨을 내어 놓으실 만큼 우리 각자가 그분께 소중한 존재라는 믿음 때문입니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9)는 예수님의 말씀을 명심합시다. 이는 단순히 우리에게 인내를 요구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용기와 희망을 약속하시는 말씀입니다.
이재화 신부(의정부교구 기획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