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3일 대림 제1주일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구세주이신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시기를 기다리는 대림 주일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고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린다는 두 가지 의미에서 이 대림 시기는, 참회와 속죄를 통하여 진정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우리를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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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루카 21,25-28.34-36)
Be vigilant at all times and pray that you have the strength to escape the tribulations that are imminent and to stand before the Son of Man.”
종말에 관한 비유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시려는 것이 아니라 비극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 참된 삶을 살아가게 하시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종말의 말씀은 우리를 깨어 있게 하며, 미래의 희망을 잃지 않고 현실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게 이끌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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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년 전, 메시아를 기다리는 마음의 준비가 없는 사람들에게 주님의 탄생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었듯이, 마음의 준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주님의 재림도 더 이상 구원을 가져다주는 사건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재림을 통하여 생기는 구원의 참의미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마음속으로 이를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더 잘 드러날 수 있습니다. 주님이신 메시아를 기다리는 구약의 백성이나 예수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신약의 백성에게는 한결같이 요구되는 마음의 준비가 있었습니다. 바로 굳건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 가운데 회개와 보속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준비는 오늘 복음에서 들은 것처럼 깨어 있는 삶이 아니고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깨어 있는 신앙인들만이 주님의 구원을 기다릴 수 있고 또 그 기다림의 마음가짐을 올바로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왕이 아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1년이라는 기간 안에 질서있게 배치하여 하느님께 찬미를 드립니다. 이것을 전례주년 이라고 하는데 대림절부터 시작하여 성탄절로 이어지고 그리고 연중 시기가 얼마쯤 계속되다가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을 맞이하게 되고 이어서 부활절로 연결이 됩니다.
부활절이 끝난 다음에는 다시 긴 연중 시기가 다음 대림 전까지 계속됩니다. 대림 첫 주일은 교회로 봐서는 새해 첫 날인즉, 연중 마지막 주일은 이를테면 섣달 그믐 주일인 셈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연중 마지막 주일을 특히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여 마지막에 왕으로 오실 주님을 기립니다. 예수님은 왕이십니다. 지금도 왕이시며 그리고 끝날에 왕으로 오십니다. 이것이 우리의 믿음입니다.
1독서에서 봉독되는 다니엘서는 기원 전 2세기 경에 시리아의 박해를 받고 있는 유대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쓰여진 책입니다. 내용은 박해자들의 권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언젠가는 다 망하게 되리라는 것과 오로지 하느님의 지배, 하느님의 왕국만이 영원하리라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2독서에서는 예수께서 구름을 타고 오신다는 것과 그가 마지막 심판자요 왕으로 오신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그분만이 영원한 왕이요 지배자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에 존재했던 왕들은 다 지나갔습니다. 왕권도 다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왕국만이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습니다.
성서에는 예수님을 자주 왕으로 묘사합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예수님을 잉태하리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예수는 왕이 되겠고 그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루가 1,33). 동방박사들이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는 별을 보고 헤로데를 찾았을 때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마태 2,2)하고 물음으로써 헤로데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나타나엘이 예수의 부르심을 받았을 때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이스라엘의 왕이십니다."(요한 1,49)하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당신이 왕이시라는 사실에는 부인하지 않았으나 그러나 세속의 왕이 되는 것은 원치 않으셨습니다.
빵 다섯 개로 5천 명을 배불리 먹이시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았을 때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예수를 왕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요구를 피하셨습니다(요한 6,15 참조). 그들이 현세적인 왕으로만 예수께 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날에도 문제가 됩니다. 갈등이 거기에 있습니다.
예수님이 왕이심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그 왕국이 이 세상 것은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도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히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은 왕이시지만 그분의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분은 왕관을 쓰신 적도 없으며 궁전도 군대나 영토도 없었습니다. 그분은 태어난 곳이 마구간이었고 평생을 가난하고 비천하게 사셨으며 마지막 3년의 전도생활 중에는 병들고 죄많은 인생들과 어울려 지내시다가 비참한 최후를 마치신 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예수와 같은 가난하고 슬픈 왕을 본 일이 없습니다. 그저 고난받는 종이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왕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세상에서 그분의 삶의 모습을 바라봐야 합니다. 답답한 현실,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이 아픔 속에서 그분은 왕이시라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빌고 또 빌어도 세상 일이 안 풀리고 눈물과 쓰라림으로 얼룩이 진다 해도 우리의 왕은 분명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엄연한 사실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분의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 것이라면 벌써 무너졌을 것이요 또 존재한다 해도 권력과 재물을 가진 자만이 떵떵거릴 것입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저 속이고 등쳐먹는 인생들이 판을 칠 것입니다. 힘있고 잘난 사람만이 행세를 할 수 있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의 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님의 나라가 이 세상 것이라면 우리도 유대인들과 똑같이 그분을 다시 한번 죽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영원한 나라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슬프지만 그 슬픔 때문에 위로받는 나라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괴롭지만 그 고통 때문에 평화롭고 행복한 나라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나라는 예수께서 미리 준비해 두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닙니다. 특히 어려운 이들에게 큰 기쁨의 상이 주어지는 나랍니다. 따라서 그 나라가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다 해도 믿음을 가지고 주님의 법대로 용기있게 살도록 합시다.
“내 왕국은 이 세상 것이 아니다." 거기에 우리의 참 희망이 있습니다.
-광주대교구 소록도 본당 주임 강길웅 신부-
주일 미사에서
/ 신상옥
하루 하루 살아온 나
당신께 왔으니 주여
당신을 찾는 내 맘에
생기 가득하게 하옵소서
주의 자비하심 영원하리니
가난한 날 오늘도 돌보시고
어둠에서 언제나 비추시는
당신께 감사의 노래를 드리옵나이다
애써 모은 이 정성을
당신께 드리니 주여
당신을 향한 외로운 양을
어여삐 여기소서
주를 향한 내 마음 받아주시어
당신을 찬미하게 하옵소서
우리를 사랑하는 아버지를
그 아버지를 찬미 찬양하게 하옵소서
가서 복음 전하라는
당신의 그 말씀 주여
이 한 몸 당신 그 말씀따라
충실히 살으리다
주 하느님 당신은 나의 모든 것
가서 복음을 전하오리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한다고
생명의 그 말씀을 힘차게 전하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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