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 고백성사와 미사”
중국의 이곳저곳을 떠돌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시간이다. 정말 떠돌이 신부였다. 오늘은 어디로 내일은 또 어디로 발길을 향해야하나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무국적의 신부는 아니었고, 하느님의 일을 잘 성사시키는 것이 무엇인가 싶어 이리저리로 발길을 옮겨 다닌 것이었다.
하루는 어느 지역에 많은 교우들이 있고, 내가 관심이 많은 대상의 사람들이 많다기에 황량한 바다로 떠나는 배를 탔다. 얼마 만에 타보는 커다란 배인가? 약간 되는 중국어로 중국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머지않아 나의 신분을 밝히지는 않아도 그들이 괜히 관심을 보인다. 그러면서 하는 말, “니 쓰 선미더 런(넌 신비스런 사람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먼저 종교이야기며, 북한에도 종교가 있냐는 둥, 자신은 하느님은 믿을 수 있지만 예수는 믿기가 어렵다는 둥,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을 어느 새 반은 믿게 만들어 놓는다. 명함을 받고 내 전화 전호를 적어준다. 그러면서 헤어질 때는 자기를 위해서 기도도 해달란다. 그리고 언제 만날지는 모르지만 자기가 돈 많이 벌면 반드시 널 위해 한 턱 내겠다고 약속 아닌 약속도 하고 헤어진다.
그러는 사이 배는 위해라는 도시에 도착했고, 중국의 특유한 냄새와 바다 비릿 내가 어우러져 묘한 맛을 낸다. 달랑 받은 전화번호 하나, 아네스라는 이름, 그러나 한 사람이지만 이 한 사람을 통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지. 마치 믿음이 있으면 산도 바다로 옮길 수 있고, 겨자씨나 누룩의 부풀음이 무엇인지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기적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와 함께 한국 신부님이 오늘 산행을 한데, 처음 만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 내 누이들 같다. 우리는 앞 뒤 가릴 것도 없이 20여명이 산행을 했고, 어디선가 우스게 소리가 들려왔다. 신부님 밥값은 하셔야하는 것 아닌가요....... 성사를 봐야하거든요. 그래 산에서 전을 폈다. 삼삼오오 기도를 하면서 고백성사를 보는 가운데 또 나오는 주문, 신부님 이렇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셨으니 천상의 음식마저도 주셔야하는 것 아닌가요 하며 또 주섬주섬 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그래 즉석 산상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 한편으론 중국 사람들이 보면 신고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늘 사람이 다니는 등산로도 아니고 산은 말 그대로 고요한 산이었다. 정말 우리들만의 시간이요. 천국에서의 미사라는 느낌이 들어 많은 이들이 감격을 하며 하느님의 신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 보면 하느님은 역시 살아계신 분이시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역시 하느님, 예수님이야기이다. 어떻게 하면 한국 신부를 모셔올까? 등등. 산을 내려와서도 그냥 헤어질 수 없어, 저녁에 많은 대화를 나눴고, 떠나질 못하고 그냥 머물렀다. 왜 머물렀겠는가? 사실 예수님도 이방인 동네를 지나다가 우물가에서 여인을 만나 그 여인을 치유해 주고, 그 여인의 초대로 그 동네에 들어가 적어도 1-2박을 하며 그들과 축제를 하며 치유와 하늘나라를 제대로 알리시고 떠나셨다. 물론 문자 그대로는 없다. 그러나 복음의 횡간을 잘 보면 그런 내용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덕에 하루 이틀 더 머물면서 하느님께서 하시라는 사업까지도 잘 이룰 수 있으니 이 어찌 은총이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글을 올리는 이유는, 예수회 사이트에 마르타 자매가 소식을 전해오니, 그때의 모습이 병풍처럼 펼쳐지며 나를 위해 앞 바다에 놓는 것이 아닌가? 헤론, 율리안나, 그라시아, 마리나....... 그리운 얼굴들이다. 모두 성가정 이루길 기도하며 중국과 북한이 종교적으로 더 자유로워지길 기도하면서.......
<예수회 홈 페이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