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
어려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소녀 앙리에뜨... 그녀에게는 나이 어린 동생이 셋이나 있었고... 그녀는 어린 동생들을 굶주리게 하지 않으려고 어린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고된 생활을 해 왔답니다.
잘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과로가 겹쳐 그녀는 결국 병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몸이 워낙 쇠약해진 상태에서 걸린 병이라 소생하지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답니다.
죽음이 가까워져 마지막 성사를 해 주기 위해 신부님께서 그녀의 병상을 찾자, “신부님! 저는 성사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동생들을 돌본다는 핑계로 그 동안 주일을 지키지 않았으며 기도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는 하느님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죄인입니다.” 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답니다.
측은한 마음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신부님의 눈길이 문득 그녀의 손에 멈추었답니다. 그 손은 도저히 어린 소녀의 손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답니다. 과도한 일로 인해 손마디는 울퉁불퉁 불거져 있었고 손 여기저기에 찢긴 상처들이 나 있었답니다.
신부님께선 소녀의 두 손을 감싸 쥐고서 눈물을 흘리시면서 말씀하셨답니다.
“걱정하지 마라 앙리에뜨야! 하느님께서 너에게, ‘너는 세상에서 무엇을 하였느냐’고 물으시거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그저 이 두 손을 하느님 앞에 내어 보이거라, 이 아름다운 손만을...”
ㅡ김윤덕의 뒤주 속의 성자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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