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뒤에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가을 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뜨리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 걸..
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리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 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그림:Christine Comyn의 매혹적인 여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