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랫더미 위에 앉아 한 아이가 또 다른 한 아이에게 리코더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마 먼저 배운 아이가 또 배우고 싶어하는 다른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이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나눔’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이들은 무엇을 나누고 있는가. 돈도, 빵도, 옷도 물질적인 그 무엇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들은 분명 무엇인가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나눔이 결코 물질적인 것이 아님을 다시 깨달아봅니다.
내가 먼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다른 이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내가 먼저 얻은 것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어 갖는 것….
나는 나눌 것이 없는 것만 같았는데 그러고 보니 나눌 것이 넘치도록 많았습니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이 아이들이 제게 가르쳐줍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눈빛만 보면 부끄러워지나봅니다. 가진 것이 너무 많은 것만 같아 미안해지나봅니다.
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할 것들을 저 혼자 다 갖고 있는 것 같아 몸둘 바를 모르겠나봅니다. 이제 제가 가진 것들을 조금씩 나누어야겠습니다.
‘사랑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들을 이쯤에서 멈추어야겠습니다. 이제 마음에서 맴돌던 그 다짐들을 행해야겠습니다.
저의 그 작은 나눔이 이 아이들에게 한 조각의 빵이 되고, 희망이 되어 이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어놓을 수 있는 힘이 된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제가 한 생명을 살리고, 그의 미래를 변화시킬 힘을 가지고 있었다니….
나누면서도 제가 더 풍요로워짐을 느낍니다. 제 것을 나누어주었는데도 아무것도 줄어들지 않고 자꾸만 자꾸만 나눌 것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나눔은 참 신기한 요술 항아리입니다. 게다가 제 마음에 기쁨과 행복까지 선물로 주니 아무래도 이 나눔은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비밀열쇠인 것만 같습니다.
-이태석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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