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는 크리스찬의 숙명이다 모두가 하나씩은 지도록 되어있다 그런데도 자기에게 오는 십자가는 왜 주인을 잘못 찾아온 것으로만 보일까?
우리가 짊어진 십자가 - 건강, 용모, 재산, 배우자, 자녀 - 는 어느때고 견디기 어렵고 치사하고 남부끄럽고 해로와 보인다
그것은 분명히 내 몫이 아니며 이유야 얼마든지 끌어다 붙일 수 있지만 내가 받아들여서는 안 될 짐으로 여겨진다
우리 것이 아닌 십자가들이야 모두 근사하고 우리에게 꼭 어울려 보인다 우리가 진 그 십자가는 도대체 얄밉고 우리를 파멸시키고 해치며 쓰라리게 해 주고 있지 않은가 ?
그리하여 스스로 안달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들볶는다 낙심하여 다른 십자가를 ... 좀 어울리고, 짊어질 만하고, 정신적이고, 고상한 십자가를, 자기에게나 남에게나 무슨 보람을 낳는 십자가를, 달라고 소리 지른다
하지만, 슬프게도 마음에 드는 것이면 이미 십자가가 아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거절한다면, 모든 십자가를 거절하는 셈이 된다
하느님께서 지우시는 십자가는 항상 남부끄럽고 아프고 어깨에 눌리고 힘 겨웁기 마련이다
그 십자가는 그 밑에 깔려 허우적거리면서도 더 무엇을 붙들지 못하는 최악의 무방비 상태에까지 우리를 떠다밀 것이다
- Louis Eve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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