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신자 중에 아주 대조적인 두 자매, 안나와 데레사가 있다. 안나는 부유한 집에서 곱게 자라 명문대학을 졸업한 뒤 의사한테 시집을 가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다. 남편은 돈만 잘 벌어올 뿐 아니라 아주 모범적인 가장이다. 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도 말썽을 피우지 않고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이다. 어느 것 하나 아쉬울 것이 없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안나를 ‘복 받은 여인’이라고 부러워한다.
반면에 데레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늘 불우한 환경 속에서 살아왔다. 겨우 중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 전선에 뛰어든 이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까지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이 막일을 하며 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남편과 자식들도 항상 속을 썩이는 골칫덩어리다. 주위 사람들은 데레사를 보고 ‘지지리 복도 없는 여인’이라고 동정을 한다.
그런데 안나와 데레사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 온갖 복을 누리고 있는 안나는 자신의 복이 언제 깨질지 몰라 늘 불안해하고 있다. 그러나 데레사는 고통 중에도 불안하거나 불행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주님께서 큰 복을 주실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진정으로 복된 여인은 누구일까? 성모 마리아는 안나와 데레사 중에 누구와 더 비슷할까?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복된 여인임을 노래로 고백한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