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가 말을 못하는 이유는 성대나 혀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개는 듣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포사목을 위해 미국에 갔을 때 처음에는 영어를 거의 못했다. 아주 쉬운 말은 할 수 있었지만 상대방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가끔 한다는 말이 동문서답이지 대화가 아니었다.
영어를 잘하려면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먼저 배워야 되겠기에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항상 틀어놓고 있었고, 어떤 때는 거의 밤을 새워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 달쯤 지났을 때 한두 마디 들리기 시작하더니 한두 문장이 들리면서 마침내 거의 모든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귀가 먼저 뚫리더니 입이 열린 것이다. 입이 열려 말을 하려면 먼저 귀가 열려야 한다.
오늘 복음에서 즈카르야는 “즉시 입이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하느님을 찬미하였다”고 한다. 즈카르야는 엘리사벳이 아들을 낳아줄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귀담아듣지 않고 믿지 않아 벙어리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아들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지으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따르는 순간 입과 혀가 열려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도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으면 주님의 말씀, 주님의 뜻에 맞는 말을 할 수 없지만 그 말씀을 들으면 주님의 뜻에 맞는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 천주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