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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론] 믿어서 복되신 분 ㅣ강길웅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4 조회수782 추천수11 반대(0) 신고
                         

                           

                              믿어서 복되신 분

 


   성서는 하나의 약속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들에게 들려주시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그 말씀을 믿는 것은 그분 의 약속이 믿음직스럽고 또한 그 약속이 우리의 생애에서 분명히 드러나고 실현된다는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하느님의 약 속이라면 신앙은 그 약속을 믿겠다는 다른 하나의 약속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는 하느님의 약속이 펼쳐집니다. “너는 비록 유다 부족들 가운데서 보잘것없으나 나대신 이스라엘을 다스릴 자 너에게서 난다.”보잘것없는 마을 베들레헴에서 수백 년 동안 기다려 온 메시아께서 나실 것이라는 내용이 오늘 야훼의 말씀이요 약속입니다. 그리고 이 약속은 그대로 성취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이랬다, 저랬다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따라서 참고 기다리면서 그분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복된 자가 되지만 약속을 믿지 않고 기대하지 않는 자는 축복에서 제외가 됩니다. 그러나 그분의 약속은 항상 일방적이기 때문에 우리를 당혹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와 협의해서 맺어진 약속이 아니고 그분 스스로 정해서 그분 뜻대로 하시는 약속이기 때문에 인간 편에서는 항상 주저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합니다.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께서 아담과 하와에게 첫 번 약속을 하셨습니다. “이 동산에 있는 나무 열매는 무엇이든지 마음대로 따먹어라.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아라. 그 것을 따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는다."(2,16.17).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약속을 믿지 않고 지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열매를 따먹으면 하느님처럼 된다는 마귀의 거짓 약속을 믿었기 때문에 낙원에서 쫓겨났으며 인류 불행의 근원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약속이 인간을 불행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약속은 축복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러나 믿지 않으면 그 대가로 불행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약속을 믿고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그 약속의 내용이 애매하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때는 믿을 수도 없고 지킬 수 도 없습니다. 인간 사회에서는 또 거짓이 판을 칩니다. 그리고 믿었기에 손해 보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처지에서도 믿으면 믿음의 대가와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것이 믿음의 은혜입니다. 그러나 믿기 위해서는 많은 시련을 겪어야 합니다.


   삼국유사에 보면 환웅천왕이 곰과 호랑이에게 한 약속이 나옵니다. 옛날에 하느님의 아들인 환웅이 인간 세상에 살기를 원하여 천부인 세 개와 무리 3천을 거느리고 태백산 봉우리에 내려와 나라를 세우고 다스렸습니다. 그때 한 마리의 곰과 또 한 마리의 호랑이가 같은 굴에 살면서 환웅천왕께 빌어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이에 환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스무 개를 주면서 “너희가 이것을 먹으며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되리라." 고 했는데 곰은 그 약속을 믿고 지켰기에 사람이 되어 단군 임금의 어머니가 되었으나, 호랑이는 믿지 않고 지키지 않았기에, 사람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내용이 우리의 성서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마리아는 믿었기 때문에 하느님의 어머님이 되셨습니다. 그러나 마리아가 믿은 하느님의 약속이란 너무도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우선 처녀로서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곧 대중 앞에서 돌로 쳐 맞아 죽어야 하는 큰 위험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의 관습으로는 약혼자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마리아는 믿었습니다. 자기 생애에 어떤 시련과 고난이 닥쳐온다 해도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일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복된 여인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은 무조건 믿어야 합니다. 그것을 믿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나 그러나 믿는 이에게만 당신을 드러내시며 믿지 않는 이에게는 당신을 감추시는 것이 약속이 지니는 양면성입니다. 보잘것없는 고을 베들레헴에서 구세주께서 나셨듯이 보잘것없는 인생에게서 오늘도 구세주는 탄생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지금 주님을 기다리는 목적은 주님이 먼저 우리를 기다리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이 우리 안에서 탄생하시어 머물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분을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에 상관치 않고 그냥 우리와 함께 동행하기를 원하십니다.


   우리의 형편이 고달플수록 주님은 더 간절하게 우리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기다릴 수 있는 주님이 계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는 큰 은총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기다리는 주님이 계시다는 사실이 우리의 생애를 참으로 빛나게 해 줍니다. 주님의 약속을 믿고 기다립시다. 그러면 우리도 마리아처럼 복된 사람이 될 것입니다.


                  -광주대교구 소록도본당  강길웅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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