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수님이 태어나셨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셨다”(요한 1,14).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서로를 닮는다. 성격이나 취미나 생각이나 행동은 물론 말투·걸음걸이·얼굴 모습까지도. 청소년들은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닮고 싶어서 연예인들처럼 꾸미고 다닌다. 연인들이나 신혼부부는 커플링을 한다. 좋아하고 사랑하면 같아진다.
내가 학생시절에 지독한 류머티즘에 걸려 밤잠을 못 자고 괴로워할 때 어머니께서는 밤잠을 안 주무시며 기도하셨다. 사랑하는 자식이 아프면 어머니도 같이 아프고, 자식이 잠을 못 자면 어머니도 같이 잠을 잘 수 없었나 보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우리와 같아지셨다. 전능하신 하느님이 무능한 인간이 되셨다. 그래서 인간처럼 밥을 먹고 변을 보고 추위와 더위를 느끼고 질병에 걸리고 인간처럼 고통과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 되셨다.
사랑은 상대를 자신과 같아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상대와 같아지게 하는 것이다. 눈높이 수학, 눈높이 교육이 인기다. 하느님이 인간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내려오신 것이다.
우리도 사랑하고 싶다. 사랑하고픈 사람과 같아지기 위해 자신의 수준과 위치와 주장을 버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위치로 내려감으로써 사랑할 수 있다.
인간을 사랑하셔서 인간의 수준으로 내려와 인간과 같아지신 것이 바로 성탄의 신비다. 성탄은 사랑의 신비다. 자신의 위치를 깎아내려 낮아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눈높이를 맞춘 사랑의 신비가 바로 성탄의 신비인 것이다.
박용식 신부(원주교구 횡성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