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예수님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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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6-12-26 | 조회수718 | 추천수8 | 반대(0) 신고 |
예수님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대만에서 선교하고 있을 때 하루는 한국에 있는 동생이 아프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어릴 때부터 약골이긴 했지만 그 소식을 멀리서 들으니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선교사로서 그럴 수 없는 처지라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얼굴에 근심이 비쳤는지 노숙자 한 분이 연유를 물었습니다. 머뭇거리다 동생이 아프다는 얘기를 털어놨더니 아저씨는 동생 병세를 꼬치꼬치 캐물었습니다. 그러더니 "별 일 없을 테니 걱정 말고 기다려 보라"고 했습니다. 말씀이라도 고마웠습니다. 아저씨가 다음날 오후 늦게 저를 찾아와 검은 비닐봉투를 내밀었습니다. "얼른 한국에 있는 동생에게 부치러 가요. 오늘 아침에 제가 아는 노숙자 할아버지께 돈 몇 푼 드리고 이 약초를 뜯어오라고 시켰어요. 동생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정성이 담겼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너무 감격스러워 고맙다는 말 한마디 꺼낼 수 없었습니다. "난 절에 가야해요. 이 사람에게 아가씨를 우체국까지 안내해 드리라고 부탁해 놓았으니까 문 닫기 전에 얼른 서둘러요.” 다른 노숙자 한분이 빙그레 웃으시며 옆에 서 계셨습니다. 혼자 우체국에 찾아갈 수 있는데도 그 분은 안심을 못하고 우체국까지 안내해 주셨습니다. 한국에 약초를 부치고 절에 가 계시겠다는 아저씨를 찾아갔습니다. 무릎을 꿇고 열심히 기도하는 아저씨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옆에 와 있는지도 모른 채 간절히 기도하셨습니다. 한참 후 눈을 뜬 아저씨는 저를 보자 겸연쩍은 듯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 약초가 한국 동생에게 잘 도착하도록 기도했어요. 아가씨에게 해 줄 것은 이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난 불교를 믿어 예수님이 누군지 천주교가 뭔지 몰라요. 비록 노숙자지만 가끔 이 절에 와서 마당을 쓸고 쓰레기를 주워요. 그런데 아가씨를 보면 당신이 믿는 종교야말로 참 종교라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아가씨는 내 가족과 국민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노숙자에게 친구가 되어 주었고, 함께 밥을 먹어 주었고, 누구도 들으려 하지 않는 내 얘기를 들어 주었잖아요. 당신이 믿는 신 때문에 그렇게 하신 것 아닌가요?” 아저씨께 특별히 해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들어준 것 뿐 입니다. 아저씨 칭찬이 마냥 부끄럽기만 했습니다. - 정복동(성 골롬반외방선교회 평신도 선교사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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