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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고 믿었다'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6 조회수545 추천수3 반대(0) 신고

<보고 믿었다>(요한20,1-8)

 

 시몬 베드로가 뒤 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 곳에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 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오늘 복음에서 무덤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다. 즉 무덤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무덤은 우리들에게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게 해주는 곳으로서 혐오감을 주는 곳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무덤을 가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무덤에서 두 부류의 반응을 볼 수 있다.

 

하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이다. 그녀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슬픈 마음으로 예수님의 몸에 향료를 발라 드릴려고  이른 아침에 무덤에 갔는데 놀랍게도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할 시체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시몬 베드로와 요한에게 달려가서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울면서 말하였다. 결국 그녀는 너무 슬퍼서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다."(요한 20,11)

 

또 한 부류는 마리아의 말을 듣고 놀라서 무덤으로 달려가 들어가 "보고 믿었다." 그러니까 똑같은 무덤에서 한 여인은 슬퍼서 울고 있었고 두 제자는 "보고 믿었다." 마리아에게 무덤은 슬프고 무서운 장소이지만 두 제자에게 있어서 무덤은 주님이 부활하셨음을 자기들 눈으로 보고 믿음을 갖게 된 장소였다.

 

마리아처럼 무덤을 인간의 마지막 장소라 생각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며 사는 사람과 두 제자들처럼 무덤이 끝이 아니라 죽음 너머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즉 인간은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활한다는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죽음 너머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부활한다는 것을 믿고 살아가는 신앙인과 믿음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다. 삶의 태도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이다.

우리의 믿음은 단순히 좋은 일을 하고 어떤 복을 받기 위해서 믿는 믿음이 아니라 죽음을 극복하는 믿음이어야 한다. 죽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이어야 한다. 죽음 너머의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세계를 지향하며 사는 생활이어야 한다. 이런 믿음에 이르는 것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믿음은 제자들이 처음 예수님한테 불리움을 받은 그 순간부터 무덤에 이르기까지 직접 예수님한테 보고 듣고 배우면서 성숙해진 믿음이다. 이 단계를 거쳐 마지막 단계의 믿음은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믿음은 처음부터 보지 않고 믿는 맹목적인 믿음이 아니라 보고 들으면서 성장되는 믿음이어야 하고 그런 단계를 거쳐서 나중에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의 단계로까지 성숙되는 믿음이어야 한다.

 

그럼 오늘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복음을 보는 것이다. 예수님이 처음부터 열 두 제자들을 교육시키셨던 교육의 내용을 보고 그 발자취를 보아야 한다.

 

그러면서 한 발짝 한 발짝 우리의 믿음이 성숙되어야 한다. 복음을 통해서 펼쳐 보여 주시는 하느님의 나라, 영의 세계를 보는 눈이 열려야 한다. 그럴 때 우리의 삶이 죽어서 무덤에 묻히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세계 즉 부활하여 하느님의 나라에 완전히 들어간다는 것을 이 세상에서 믿고 부활의 삶을 미리 살아갈 것이다. 

                                                   -유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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