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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갈비 한 대 . . . . . . . . . [이상각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28 조회수714 추천수11 반대(0) 신고

 

 

 

 

 

 

그날은 바람이 차갑게 부는 11월 말이었다.

 

점심시간에 갈비가 먹고 싶어 사제관에서 나와 고개를 막 내려섰을 때,

길가 한 모퉁이에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지나쳐 가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이놈아! 저 사람은 배고파 쓰러져 있는데 넌 갈비 먹으러 가냐?

 그러고도 네가 신부냐?'

 

하는 생각이 나를 잡아 세웠다.

왔던 길을 되돌아 그에게 다가가

 

"여보세요."

 

하고 불렀더니 부시시 몸을 틀며 눈을 떴다.

그가

 

"뭐요?"

 

하고 대꾸하는 순간 역한 술냄새가 확 풍겨 왔다.

얼마나 씻지 않았는지 머리는 엉겨 붙어 있었고,

얼굴에는 땟국이 줄줄 흘렀다.

바지도 흥건히 젖은 걸 보니 오줌까지 싼 모양이다.

 

잠깐 동안..

 

'그냥 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냥 두고 가면 '얼어 죽을 텐데....'

 

"아저씨! 저 집에 들어가셔서 순대국밥 드십시다.

 그리고 편안히 계실 수 있는 곳에 모셔다 드릴께요."

 

그 사람에게 순대국밥을 사 먹이며,

이 사람을 어떻게 어디에다 데려다 주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식사를 다 마친 후,

그를 데리고 사제관으로 왔다.

우선 냄새나는 그의 몸을 씻겨 주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그때 마침 신자 한 분이 나서서 그의 옷을 벗기고

깨끗이 씻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을 가져다 갈아 입혀 주었다.

 

나는 그 동안 이곳저곳 그가 갈만 한 사회 복지 기관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받아 줘라, 왜 안 받아 주느냐?"

 

"서류를 해 와야만 된다."

 

"서류는 어렵다. 그냥 받아 줘라."

 

서로 옥신각신 하다가 그냥 무조건 데리고 간다고 얘기한 후

그 사람을 차에 태우고 신자 한 분과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사정사정해서 그를 맡겨 두고 왔다.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훨씬 지나 있었다.

 

갈비 한 대 뜯으려다가....,

 

 

                   

 

♥ 불우한 이웃도 돌보아 주시어 함께 따뜻한 겨울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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