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갈비 한 대 . . . . . . . . . [이상각 신부님] | |||
---|---|---|---|---|
작성자김혜경 | 작성일2006-12-28 | 조회수725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그날은 바람이 차갑게 부는 11월 말이었다.
점심시간에 갈비가 먹고 싶어 사제관에서 나와 고개를 막 내려섰을 때, 길가 한 모퉁이에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지나쳐 가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이놈아! 저 사람은 배고파 쓰러져 있는데 넌 갈비 먹으러 가냐? 그러고도 네가 신부냐?'
하는 생각이 나를 잡아 세웠다. 왔던 길을 되돌아 그에게 다가가
"여보세요."
하고 불렀더니 부시시 몸을 틀며 눈을 떴다. 그가
"뭐요?"
하고 대꾸하는 순간 역한 술냄새가 확 풍겨 왔다. 얼마나 씻지 않았는지 머리는 엉겨 붙어 있었고, 얼굴에는 땟국이 줄줄 흘렀다. 바지도 흥건히 젖은 걸 보니 오줌까지 싼 모양이다.
잠깐 동안..
'그냥 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냥 두고 가면 '얼어 죽을 텐데....'
"아저씨! 저 집에 들어가셔서 순대국밥 드십시다. 그리고 편안히 계실 수 있는 곳에 모셔다 드릴께요."
그 사람에게 순대국밥을 사 먹이며, 이 사람을 어떻게 어디에다 데려다 주어야 할지 걱정이 앞섰다. 식사를 다 마친 후, 그를 데리고 사제관으로 왔다. 우선 냄새나는 그의 몸을 씻겨 주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그때 마침 신자 한 분이 나서서 그의 옷을 벗기고 깨끗이 씻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을 가져다 갈아 입혀 주었다.
나는 그 동안 이곳저곳 그가 갈만 한 사회 복지 기관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받아 줘라, 왜 안 받아 주느냐?"
"서류를 해 와야만 된다."
"서류는 어렵다. 그냥 받아 줘라."
서로 옥신각신 하다가 그냥 무조건 데리고 간다고 얘기한 후 그 사람을 차에 태우고 신자 한 분과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사정사정해서 그를 맡겨 두고 왔다.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훨씬 지나 있었다.
갈비 한 대 뜯으려다가....,
♥ 불우한 이웃도 돌보아 주시어 함께 따뜻한 겨울 되십시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