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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억의 먼지들 / 김우성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6-12-31 조회수752 추천수5 반대(0) 신고

자주 마음에 떠올리는 어느 성자의 말씀이 있다.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먼지를 털어버려라."

 

가끔씩 나 자신의 마음을 끈질기게 묶어두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바라본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좀처럼 흘려 보내지 못하는 아픈 구석을 바라본다.

 

고통과 힘겨움으로 여겨지는 것들, 되돌아보고 싶지 않는 것들, 한마디로 '기억의 먼지들' 이라고 표현해 본다.

 

기억은 시간과 공간에서 엮어진 경험의 누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나 자신을 바라볼 땐 사건의 내용보다는 '내가 누구인데, 나에게 그런 몹쓸 일을 저지르고 떠난 사람' 에 대한 분노로 남아있는 기억이 훨씬 많다.

 

부끄러운 일면이다. 돌이켜 보면 많은 기억의 내용이 실은 자기애에 대한 욕구의 결핍들로 채워져 있음을 고백하게 된다. 그러기에 기억은 기억을 통해 자리 잡고 있는 자기 욕구의 결핍들을 다시금 채우려고 하는 또 다른 어둠의 동기를 불러오게 한다.

 

지난 날 교정사목을 하면서 배운 것은, 모든 범죄는 기억 안에 내재된 아픔과 욕구 내지는 복수의 감정이 어느 계기와 상황에 맞아떨어질 때 폭발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사목자로서 과연 나는 내 마음에 무슨 기억과 생각을 품고 있는가? 자주 만나는 교우들과 관계에도 여러 감정의 유형이 있을 터인데 과연 나는 나는 어느 감정들에 매여 있을까

 

따라서 늘 깨어 있는 것은 단순한 부분이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혹시라도 내재된 기억의 내용이 삶의 주인이 되고 있다면, 나는 나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이다.

 

신앙의 길에 있어서 회개는 자기 중심적 기억의 먼지들을 털어버림에 있다. 말씀이 곧 존재의 근원이 될 수 있음도 말씀의 빛은 다름 아닌 기억의 어둠을 밝히는 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용서와 화해의 길은 우선 먼저 '기억의 먼지들' 을 털어버림에서부터 첫발을 딛게 된다. 

 

 기억들에 귀기울이지 말자.

 침묵과 고요의 품을 열어

 사랑 안에 잠재워야 한다.

 기억들의 소리들을 따라가지 말자.

 

 그저 그러느니 하늘의 구름을 보듯

 하느님 사랑과 섭리에 맡겨 드리자.

 

                               

                                             <사목 일기>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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