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념하는 두 성인은 초대교회의 초석을 놓은 알렉산드리아의 교부, 곧 동방교회의 대성인들이다. 2천 년 교회의 역사 안에서 커다란 두 물줄기가 있다고 하면 동방정교회와 서방교회이며, 로마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 형제들을 포함하여 서방 라틴 교회에 속한다고 하겠다. 그래서 신학자 이브 콩가르는 ‘수정처럼 빛나는 생명수의 강’(묵시 22,1)이 동방과 서방에서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동방정교회가 미미하여 그 전례의 장엄함과 신비스러움을 접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다.
서방교회는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모되는 성변화의 순간을 주님의 성찬제정 말씀인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의 잔이다”로 믿는 데 비해, 동방정교회는 성찬기도문 전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리고 성령의 오심(Epiclesis)을 강조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와서 서방교회는 이 성령의 오심을 미사성제 안에 받아들여 성찬제정 말씀 이전에 성령청원(축성기원)을 드리고 있다.
우리에게 친근한 이콘 성화를 바라보노라면 바로 동방교회의 신앙세계, 은둔과 신비와 관상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이런 교회의 심원한 사상은 러시아의 문호들, 특별히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신비스러움은 어쩌면 우리가 믿는 신앙의 세계, 곧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우리에게 나누어주시고자 하는 당신의 내적 생명의 온갖 풍요로움(에페 1,3-14)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세례자 요한은 오늘 바로 이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요한 1,26).
구요비 신부(가톨릭대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