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살색의 붕대를 두툼하게 감고 손가락 부분으로 미사를 드리시는 사제. 그의 손 한 가운데는 검은 멍 같은 것이 자리를 잡고 그 한 가운데서 피가 흐르며 그 고통을 늘 안고 사시는 분.
양 발에도 같은 상처와 피흐름, 통증을 안고 걸으며 사제의 하루 일과를 수행하시는 분.
오른 쪽 가슴에도 시퍼런 상처, 피흐름, 고통... 암갈색 수도복 안에 남 모르게 붕대로 가슴을 감은 채 때로 고통에 못 이겨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태....
예수의 다섯 상처 - 오상 - 그대로 자기 몸에 지니면서 예수의 수난 - 구속의 희생 제사- 십자가의 죽음에 함께하고 계시는 분.
가끔 코를 킁킁 거리시다가 코 주변에서 슬쩍 이상한 손짓을 하시는 분 - 스컹크의 고약한 노린내 처럼 죄인 근처에서 못견딜 악취를 맡아 코 속에 마개를 몰래 슬며시 끼우고는 입으로 숨을 쉬시는 분.
입에서 귀로, 귀에서 입으로, 방송국의 취재로... 순례자들의 장사진을 이룬 그분의 고백소에서 그분은 그 수 많은 생애의 날들에 하루 종일 앉아계신다.
고백소를 나오는 분들은 홍조, 눈물, 놀람, 기쁨..... 마음을 뚫어 보시며 숨기는 죄 들쳐내어 하느님이 아시듯 제 영혼의 모습 보게해주시며 그 더러움 닦아주시는 그리스도의 피로 마음 저린 감사의 용서 - 사죄의 기도를 내려주시는 분.
영혼들의 참회의 성사에 몸이 매어 때로 참석해야 할 모임에 갈 수 없는 이분의 몸, 똑같은 두 몸이 되어 한 몸은 고백소에서 죄인들의 고백을 계속 듣고 동시에 다른 한 몸은 회의에 참석하여 영적 훈계를 내리시고 계시는 특별한 은사 - 이신 이소 ( 二身二所 bilocation)-의 은사를 받으신 분.
악마들의 질투와 시기의 공격으로 종종
밤새도록 몽둥이에 얻어 맞아 시퍼런 멍 자국을 몸에 지니고 계신 분...
아! 이분의 성흔들 -
그리스도의 외로움, 슬픔, 배신, 모욕,
처참한 아픔의 인내, 올리바 동산 피땀의 번뇌... 죄인들의 당연한 지옥의 벌 면해주시고 아버지의 자비의 용서 얻어주시려는 속죄의 수난의 아픔에 한 마음, 한 자아로 깊히 잠입하신
메씨아 수난 동반의 표지...
몸으로 나타나도록 하신 그 성흔들...
우리가 고백하는 '죄의 사함를 믿으며...' 가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그 고귀한 성자의 몸 - 피 방울방울로, 상처 하나 하나로 얻는 것임을 우리 영혼을 흔들어 깨우쳐 주시는 저 분의 성흔, 아픔, 기도, 고백성사, 훈계....
아, 이분의 기도 - 그리스도께 위로 드리고 그리스도의 위로, 사랑 받아 천상의 신비에 들어가곤 했던 분 -
어느 날, 이분의 동료 사제는 이분이 기도 중에
나직이 이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오, 주님, 지금 주님과 함께 있는 것이 이토록 좋으니 하물며 천상에서는 주님과 함께 얼마나 더 좋겠습니까!"
오, 비오 신부님!
이 분은 우리 세대에 함께 사신 분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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