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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86) 돼지 해를 맞이하여....
작성자유정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08 조회수604 추천수6 반대(0) 신고

 

 

 

흔히들 돼지띠의 사람을 보면 밥먹을 복이 있겠다는 둥,

돼지띠라서 복이 있겠다는 둥,

돼지꿈을 꾸면 복권을 사야한다는 둥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럴 때는 그게 정말일까?

돼지띠를 가진 사람은 정말 잘살까? 하는 생각에 나도 돼지띠였으면 참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우리집엔 돼지띠가 없다.

친정 막내동생 하나가 유일한 돼지띠일 뿐이다.

그런데 다른 형제들 보다 막내가 그래도 제일 고생을 덜 하고 자란 편이어서 돼지띠라서 복이 있어 그런가 보다고 우스갯 말을 하곤 했다.

사실은 막내가 자랄 적엔  살림형편이 점차 나아져서 그런게 아닌가 싶지만.....

 

그래도 나에겐 돼지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안좋은 기억이긴 하지만....

돼지 해를 맞아 전에 자유게시판에 올렸었던 돼지에 관한 글을 옮겨본다.

 

 

 

                  <돼지에 관한 안 좋은 기억>

 

열네 살쯤 되었을 때로 기억된다.

한 일년여쯤 읍단위에서 살다가 다시 시골로  들어갔을 때였다.

그곳은 외가가 있는 객지땅이었는데 등성이를 넘으면 학교가 있고, 우리가 사는 집은 학교 사택이었다. 교장사택만 학교 안에 있었고 나머지 몇개의 사택은 여기저기 분산되어 있었다.

부모님은 어느날 사택 마당 끝에 돼지우리를 짓고 돼지기르기 부업을 시작했다.

박봉의 월급으로 육남매를 키워야했던 부모님은 터밭에 무배추, 가지, 호박, 고추, 감자등등 여러가지 농작물을 조금씩 골고루 심었다. 미나리꽝도 만들어 물도 채우고, 학교에 딸린 밭에는 고구마도 심어 쌀만 빼놓고는 자급자족하는 생활이었다. 살림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마다하지 않았다. 부모님은 돼지를 키워 열 마리쯤 새끼를 낳으면 어려운 살림에 엄청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돼지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부모님은 자식 키우듯 온정성을 다 해 돼지를 키웠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그 돼지가 걸핏하면 우리를 뛰어넘어 뛰쳐나오는 것이었다.

남의 콩밭을 쑥대밭 만들기 예사였고 어느땐 산너머로 도망가 한밤중에 온식구가 돼지찾아 나서는 일도 있었다. 나는 부모님이 출타하고 안계실때가 너무 두려웠다. 요동을 치며 꿱꿱거리며 우리를 뛰어 넘으려는 돼지 때문에 애꿎은 고구마만 들입다 던져주며 전전긍긍, 돼지보기가 지상최대의 임무로 맡겨진 나는 죽을 맛이었다.

나는 돼지에게 제발 나오지 말라고, 우리에 처박혀 있으라고 속으로 외치며 그 빠꾸샤 주둥이가 얼마나 밉살스럽던지 막 욕을 해댔다.

(이 돼지같은 놈아!) 하고......

 

그런데 어느날부터 돼지가 얌전해졌다.

새끼를 가진 거였다.

아이구! 살았다!

난 정말 살 것 같았다.

얼마 후에 돼지는 새끼를 열 두마리나 낳았다.

부모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좋아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대견한 표정으로 돼지를 들여다 보며 부모님은 어느 정도 새끼가 자라면 팔아서 목돈을 만들려는 꿈에 부풀어 즐거워 하셨는데, 그런데 그런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돼지새끼 열 두마리가 몽땅 없어져 버렸다.

아! 하느님 맙소사!

도둑을 맞은 거였다.

그때 허탈해하던 부모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눈물이 다 났다.

(돼지보다 더 미운 도둑놈같으니...)

 

얼마 후에 부모님은 돼지를 팔아버렸다.

돼지우리도 헐어버렸다.

얼마나 충격받았으면 그랬겠는가!

그후로 다시는 돼지를 키우지 않았다.

그래도 난 좋았다.

다시는 돼지때문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좋았다.

육중하고 시커먼 돼지가 꿱꿱거리며 육덕답지 않게 길길이 뛸 때마다 공포의 순간이었던 나는 어린 마음에 다행이다 싶었다. 아마 그 이후부터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속 썩이던 돼지 기억때문에 입맛 떨어지고 비위가 상했던게 아닐까.

 

그때 돼지는 분명 도살장으로 끌려갔을텐데 생각해보니 불쌍한 생각도 든다. 돼지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열두 마리 새끼 다 뺏어가더니 이제 나까정 팔아먹는것은 (정준하 버전으로) 나를 두 번 죽이는 거라고.........

이제사 그 돼지를 너무 미워했던게 미안하기도 하다.

새끼 도둑맞고 돈이 날라가 서운했던 사람마음이 아무려면 제새끼 잃은 어미돼지 마음 만큼이야 아팠겠는가.

 

외국의 어느 방목하는 가축사육자가 한 말이 참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사람은 돼지를 가두지 않고 마음대로 놓아 먹이는데  대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있었다.

돼지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제한되고 갇혀있는 돼지는 고깃덩이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피조물로서 존중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한 고기 건강한 식품을 얻기 위해서 가축들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부른 돼지가 되느니 차라리 배고픈 뭐가 되겠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도 난다.

난 그때 왜 그 돼지가 그리도 우리를 뛰쳐나오지 못해 난리를 쳤을까 생각해 보았다.

자유를 위해서? 아닐 것이다.

생각해보니 아마도 발정기였을 거라는 생각이 확실하다.

아까운 고구마를 그렇게 많이 던져주었는데도 마다하고 뛰쳐나오려 했던건, 돼지도 배부른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 셈이다.

이제서야 돼지의 행동이 이해되고 미웠던 감정이 사라진다.

그  기억속의 돼지가 너무 불쌍한 생각에 연민마저 느껴진다.

                   (2005년 6월 7일 자유게시판)

 

 

                                     **********

 

금년이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 해라고,

이왕이면 특별한 해를 맞아 아기를 낳겠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지요?

그런데 며칠 전 방송에서 들으니 금년이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돼지 해>라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합니다.

단지 붉은 돼지 해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돼지는  복(福), 특히  식복(食福)을 타고 났다고 믿는 만큼,

돼지 해를 맞아 묵상방 벗님들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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