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詩 레오나르도
눈 오는 날
그늘진 담장아래 울울한 장미로 서서 있어요
어느곳 보아도 꽃이거나 향기 흔적도 없이 줄기만으로
바람에 항거하는 요란한 소리만
누구도 맞지 못 할 외톨이지요
때로는 들새 밤 지샐까 사려들다가
예리한 가시끝에 깃털 몇개만 내어주고는 미운 눈 흘기며 떠났습니다
더러는 가리어 주겠다
덮어서 이쁘게 꾸며 주겠다
요란한 유혹도 가을 기억일뿐
마른가시 제 몸 비비다 찔리는 끝 꺽여
하얀 옹이로만 남았습니다
눈 오는 날
나는 빈밭 버려진 배추잎 처럼 시들어
누군가 내몸보다 더 아낀 죄 스스로 깊이 아파서
홀로면 덜 하겠거니
남겨진 추억을 되새겨 보다가
철없는 밤 바람에 기대었더니
시린 기운 스며와 온전히 남겨진 한곳 없이
밀리고 얼어 파란 얼음꽃 되라 합니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이리 큰 줄도
그리운 님을 기다려 보다가 철들지 못한 어린 꿈인지
춥고도 서러워 내디든 발자국 멀고 먼 길 떠나
무작정 타고본 행선지 없는 여정
머릿속 푯말은 지워져 있고
약속아닌 약속으로 잃어 버린길
무심코 맡긴 한나절
돌고 또 돌아 집하고는 먼 낮선 거리에 빈 주머니 거스름 몇푼
나도 모르는 내 모습으로 천천히 저녁이 다가섭니다
핸드폰 속 젖은 아내와 아이들 목소리
아뿔사
여기 이리역인데 돌아 갈 산골이 너무 멉니다
아이들이 예매한 기차표 뽑아보니 서울행이고
앞으로 네시간 기다리래요
간다해도 거기에 님은 없을터
여전히 망서리는 마음에서는 보고픈 님 웃고 계신데
철 못든 이마음 눈물만 나고
가고픈 곳도 가야 할 곳도 흐려 집니다
이런날 차라리 눈이나 더 오시던지
세상도 앞도 뵈지 않토록 하얗게 꼭꼭 채우시던지
보고픈 님의 얼굴 가려주던지
이리 맑게 깨어 어이하라고 뿌연 눈물 이젠 싫어요
보고픔도 싫고
그리움도 싫어
차라리 어디론가 먼곳으로 떠나 버릴까
님 없는 어디 있기나 하다고
머리속 온통 가득하신데 곱고 인자로이 웃고계신데
이 밤 이 아픔 어이 하라고 기차는 꼭 온다하지요
연착도 고장도 안난다지요
-06. 12. 30. 이리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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