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한 형제, 자매이기에
<장례미사에서>
성당 안이 꽉 찼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 뿐
침묵 속에서 기도에 온 마음을 다합니다.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가르침을 열심히 따랐던
고인이지만,
혹여 하느님의 뜻을 거슬린 것은 없었는지
고인을 대신하여 온 마음 다하여 기도합니다.
기도하는 사람들,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
이들은 혈육도, 일가친척도, 친구도 아닙니다.
그저 이웃입니다. 교우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진실로 진실로 애도하며 기도합니다.
하늘로 가는 기차에 잘 태워 보내려
모두 한 마음으로 애절하게 기도합니다.
주님의 자비를 베푸시어
영원한 생명과 안식을 누리기를
간절하게 기도를 올립니다.
우리 모두 당신에게서 나온 한 형제, 자매이기에
이렇듯 의연하게 당신께 보내드립니다.
< 사제 • 부제 서품식에서>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분주합니다.
몇 동이나 되는 강당으로도 부족하여
마당까지 자리를 잡았습니다.
추위나 불편 따위는 문제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일꾼으로서 살아갈
사제와 부제가 탄생하는 거룩한 날에
축제에 참여하는 마음으로 모여 듭니다.
내 본당 일도 아닌데,
해마다 치루는 연례행사일 뿐인데도,
올해도 어김없이
멀고 가까운 곳에서 기꺼이 찾아옵니다.
진실로 진실로 기도합니다.
우리는 오늘
가족의 입장권을 가지고 참례하는 자격이 아닌
카톨릭 신자 자격으로서 스스로 이 자리에 끓어 앉아
진실로 진실로 주님께 기도 올립니다.
긴 시간 내내 두 손 모아 축복의 기도를 청합니다.
예수님을 가장 많이 닮는 사제가 되기를
주님의 크신 은총과 자비가 내려지기를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합니다.
우리 모두 당신의 백성이며 형제, 자매이기에
그 이유 하나만으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당신이 우리에게 ‘서로 사랑하라’ 하셨기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축제의 자리를 밝힙니다.
<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
옆자리에 앉은 분은 처음 뵙기도 한 듯하고
앞자리에 앉은 분은 인상이 험상궂은 듯하고
뒷자리에 앉은 분은 평소 싫어했던 사람이고
저 사람은 슬퍼 보이고, 이 사람은 즐거워 보이고
저쪽은 저렇게, 이쪽은 이렇게
그렇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지만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모습은 한 모습입니다.
진심으로 상대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며
기쁨 담아서, 축복 담아서, 사랑 담아서
서로의 손을 잡고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성전 천정에서 평화의 천사들이 미소 짓습니다
이 시간은 삶의 고통, 애환이 사르르 사라집니다.
당신께서 우리에게 평화를 주고 가셨으니
우리는 한 형제, 자매이기에
그 평화를 서로서로 나눕니다.
주님, 당신을 몰랐을 때에는
그저 이웃이었을 뿐인 사람들이
이제는 한 울타리 안의 정겨운
또 하나의 가족으로 느껴집니다.
우리는 한 형제, 자매이기에
기쁨, 슬픔, 고통, 애환,
태어나고 죽는 일에도
온 마음 다하여 함께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형제, 자매이기에.........
2007.1. 21. 평화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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