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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씨 뿌리는 사람 ----- 2007.1.24 수요일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 학자 기념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4 조회수584 추천수9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 신부님 강론 말씀)

 

 

 

 

2007.1.24 수요일 성 프란치스코 드 살 주교 학자 기념일
                                                                                                

히브10,11-18 마르4,1-20

                                                        

 

 

 

 

씨 뿌리는 사람  




오늘 ‘씨 뿌리는 사람’의 복음을 읽는 순간

떠오른 사람이 평생 ‘나무를 심은 사람’인

춘원 임종국(春園 林種國: 1915-1976) 선생이었습니다.

 

선생은 평생 나무를 심고 가꿨는데 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였다 합니다.

그는 20년 동안(1956-1976) 전남 장성군 축령산 자락 569ha(170만평)에

279만 그루를 심었고, 그 묘목들을 가꾸는데 온 힘을 다 쏟았다 합니다.

 

1968년 가뭄 때는 온 가족이 물지게를 지고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밤낮 따로 없이 물을 주었다 합니다.

 

현재 이 숲은 나무 값만 수 백 억 원을 호가하는,

사실상 돈으로 값을 매기기 힘든 고부가 가치의 숲이 되었다 합니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호주, 독일 등지로부터 온 시찰단을 포함해

연 평균 10만여 명이 찾아와 숲 체험과 삼림욕을 한다 합니다.


평생 씨 뿌리는 마음으로,

나무 심는 마음으로 우직하게 살라는 말씀입니다.


잔머리 굴리며 당장 수확을 기대하지 말고,

서두르거나 초조해하지 말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그대로 믿음과 순종의 자세입니다.
외부 환경이나 사람들 한결 같지도 않거니와 뜻대로 할 수도 없습니다.

언제나 좋은 땅 같은 환경이나 시간,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라

길바닥 같은, 돌밭 같은, 가시덤불 같은

시련과 절망의 환경이나 시간, 사람들도 있는 법입니다.

 

내 뜻대로 바꿀 수 없는,

어찌 보면 하느님께로부터 주어 진 환경이나 시간,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주변 환경에 개의치 말고

내 본연의 씨 뿌리는 과정의 삶에 충실 하자는 것입니다.

 

정작 거룩하고 고귀한 삶은

직업이나 지위, 소유에 있는 게 아니라

자기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씨뿌리는 삶의 충실함에 있습니다.

 

실은 이런 이들이 성인입니다.


그러나 매사 좋은 땅 같은 순탄대로의 삶이라면

내적성장이나 성숙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힘든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

어찌 보면 우리의 내적 성장과 성숙을 위해

하느님 마련하신 숙제들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살아가노라면 이런저런 고통도, 실패도 겪겠지만,

백절불굴의 믿음으로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충실할 때 결과는 풍성한 결실일 것입니다.

 

분명 오늘 주님의 통쾌한 복음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배의 열매를

  맺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매사 밑지는 장사 같았는데

나중에 계산해보니 이익 많은 인생 장사였다는 것입니다.

 

믿음의 계산법은 이런 것입니다.


삶은 끊임없이 흐르는 과정입니다.

고정불변의 환경도, 마음도, 사람도 없습니다.

 

고정불변의 좋은 땅 같은,

길바닥 같은, 돌밭 같은, 가시덤불 같은

환경도, 마음도,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주변 환경이나 사람들에 개의치 말고

꾸준히 씨 뿌리는 삶에 충실하다 보면

돌밭 같은, 가시덤불 같은 내 마음이나 사람들도, 환경도

좋은 땅의 마음으로, 사람들로, 환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돌밭 같고 가시덤불 같은 시련의 과정을 믿음으로 잘 통과하면

좋은 땅 같은 환경이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씨 뿌리는 사람’이 상징하는 바,

믿음의 사람이요 희망의 사람입니다.

 

하느님께 믿음과 희망을 둔 사람들 백절불굴의 삶을 삽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이들을 좌절시킬 수 없습니다.

 

매일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처럼 날마다 새롭게 제로에서 시작합니다.


이어 씨와 땅에 대한 묵상입니다.

아무리 씨가 좋아도 땅이 척박하면 씨도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아무리 좋은 땅도 계속 가꾸고 돌보지 않으면

돌밭도 되고 잡초 우거진 가시덤불 밭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좋은 말씀의 씨앗들도

내 마음 돌밭이나 가시덤불 밭이라면 풍부한 영적 결실을 내지 못합니다.


내 마음은 어떤 밭입니까?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와 노동, 성경독서의 수행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런 습관화된 수행들로 마음 땅을 가꾸고 돌볼 때

비로소 언제나 풍부한 결실을 내는 좋은 땅이 됩니다.

 

길바닥, 돌밭, 가시덤불밭 같은 마음도 서서히 좋은 땅으로 변형됩니다.

하느님 말씀에 의한 기적이요 은총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 바로 예수님의 자화상이자

모든 믿는 이들의 이상형입니다.

 

복음의 씨 뿌리는 사람처럼

평생 동안,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우직하게

기도와 노동, 성경독서에 충실 하는 것입니다.

 
좋으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히브리서의 말씀대로 우리의 마음에 당신의 법을 넣어주시고

우리의 생각에 당신의 법을 새겨 주십니다.

 

그리고 우리의 죄와 불의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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