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거울을 보면서.......
작성자권태하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5 조회수835 추천수11 반대(0) 신고
 나는 중.고등학교를 기독교계통 학교를 다녔다. 교과과목에 성경과목이 있어서 중학교 때는 구약성경, 고등학교 때는 신약성경을 배웠다. 성경시험 점수또한 100점 만점이어서 소홀했다가는 평균점수며 석차까지 크게 좌우되었으므로 성경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체계적(?)으로 성경을 배웠어도 군대생활, 직장생활 하다보니 무슨복음 몇장 몇절의 말씀이라고 딱 찝어서 입에서 줄줄 외었던 성경귀절도 이젠 기억에 아물아물 하지만 그 어느날 성경시간에 "거울공부"시간은 영영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다.


고2때 성경시간이었다. 교목 선생님께서 학생들 모두에게 각자 거울을 하나씩 가져오라 숙제를 내셨기에 우리는 모두 손거울 하나씩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지갑에 넣는 거울도 있었고 장난끼 심한 친구들은 엄마나 누나의 화장거울을 들고 와서 우리를 웃기기도 했다.

선생님께서 번호 순으로 일어서라 하더니 "거울을 들여다 보고 각자 자기 이름을 불러 너 지금 무얼하고 있느냐?"를 큰소리로 외치라는 것이었다.

말이 쉽지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거울에 있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 보고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너,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한다는 것이, 그것도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여러사람이 보고 듣는데서 큰소리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고2!. 굴러가는 솔방울만 봐도 웃음보가 터지는 그 나이에...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됐지만 차츰차츰 진행되어서 키가 작아 63번인 내 차례에 오니까 50분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다.

선생님은 그 시간을 마치시면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거울은 외모를 단정히 하는 데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너희들이 커서 이 다음에 무언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일 때, 또는 옳지않은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 거울을 찾아 거울 속의 네 눈동자에 눈을 맞추고 "ㅇㅇ아! 너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 그렇게 거울 속의 너에게 물어보거라."


돌이켜 보면 내 삶이 그렇게 잘 살아온 삶이 아니다.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많았다.

살면서 가끔씩 거울을 봤었지만 그 때마다 부끄러운 일이 많았다.

하지만 ’정자’께서도 "유과중 구무과"라 하지 않으셨던가. ’허물 있음에도 허물없음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네 사람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인간은 결코 완전할 수가 없다. 다만 허물없음을 추구할 수 있는 존재일 뿐이다.


나의 허물, 그것은 내가 내 자신을 속일 때 생겨났다.

내가 내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내가 없거나

내가 없어야 할 자리에 내가 있을 때 허물이 생겨났다.

내가 한 행위가 남에게 보이려고 하는 행위였을 때 그 허물은 더욱 커졌고

남에게 칭찬받고 싶고, 남한테 인정받고 싶고

남에게 억지로 좋은 인상을 남겨주려고 했을 때는 내 허물은

이미 깊은 병이 되어 있었다.


나와 대면한 거울 속에는 오로지 나만이 존재한다.

그 거울 속에 있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질 때,

거울 속에서 똑바로 눈을 뜨고 나를 빤히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에게

아무 것도 감추지 않을 때 나는 그 거울 속에서 나의 하느님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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