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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왜 신부는 결혼 안 하죠?. . . . . . [백용수 신부님]
작성자김혜경 쪽지 캡슐 작성일2007-01-28 조회수3,970 추천수14 반대(0) 신고

 

 

 

 

 

왜 신부는 결혼 안 하죠?

 

왜 신부는 결혼을 하지 않을까?

나 또한 어린 시절에 이런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어느 날,

교리 선생님의 어떤 아이의 이런 질문을 받으시고,

신부님은 천사처럼 되시려 결혼을 안 한다고 대답했을 때

그러러니 생각했다.

 

그 후부터 신부님들을 볼 때면 특별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성당에 가면 언제나 여자 치마같은 긴 수단을 입고,

우리가 가는 화장실도 가지 않고

식사하는 광경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신부라는 존재는 식사도 하지 않고

대소변도 안 보는 사람으로 생각했다.

 

나의 어린 시절,

우리 본당은 외국 신부님들이 사목을 하셨는데

그분들은 성당의 주거환경을 서양식으로 개조하여 쓰셨기 때문에

어린 우리들은 신부님의 사생활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신부가 되고 혼자 살고 보니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체험하게 되었다.

신부도 다른 이와 똑같은 인간인지라 육체의 욕망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육욕(肉慾)에 대한 심한 유혹이 파도에 밀려오는 밀물처럼 엄습할 때는

차라리 죽어버리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어여쁜 아가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여자와 결혼할 수도 있는데, 왜 이 길을 들어섰을까?'

 

하고 혼자 자문해 보기도 했다.

치열한 육욕의 싸움과,

심상치 않게 접근해 오는 어느 여인을 생각하며 밤잠을 설치고

지친 상태로 아침에 일어나 미사를 봉헌할 때면

 

'나는 위선자다!  나는 위선자다!'

 

속으로 뇌까리기도 하였다.

천사들처럼 육욕의 그림자도 스치지 않는 그런 인간이고 싶었는데...

사제가 되어서도 이런 욕망과 싸워야 하다니...

자존심이 매우 상하는 것을 느끼며 속이 상했다.

 

옛날의 그 많은 선배 신부님들도 다 이런 싸움을 해 왔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동료 신부들에게도 이런 감정이 드는지

물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생각뿐,

막상 동료들을 만나면 묻기조차 쑥스러웠고,

또 집을 나섬과 동시에 그런 생각은 말끔히 씻겨지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신부들이 스포츠나 등산, 낚시에 취미를 가지고

열중하는 것을 보면서

 

'이런 것들이 바로 신부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제가 독신으로 정결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하고 기도하는 사제는

인간의 힘이 얼마나 나약하며,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것도 하느님은 능히 하실 수 있다는 것을

차츰 체험하게 된다.

 

사람이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한다면 목숨까지도 바쳐야 한다.

사제가 한 여인을 사랑하는데 바치는 정열을 하느님의 사업을 위하고

불우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데 바친다면,

이것을 어찌 사랑이라 하지 않을 것인가!

 

사제의 독신제도는 교회의 창설자인 예수님이 명하신 것도 아니고,

하느님의 법으로 제정된 것도 아니다.

다만 예수님은

사람이 하느님을 위해 독신으로 살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고 있을 뿐이다.

 

이럴지라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제의 독신제도를 법으로 정한 것은

교회의 존립과 발전을 위해 지상의 교회가 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법의 규제를 각오하고 사제직을 지망하여 사제가 된 사람은

이 법을 지켜야 당연하다.

법을 떠나서라도 사제 자신의 희생을 감수한다면

사제의 독신제도는 이점이 많다고 본다.

 

어떤 젊은이가 나에게 말했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능을 거역하는 것은 죄가 아닌가요?

 만약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독신을 고집한다면 이 지구의 종말이

 오고 말 것입니다."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선물은 많다.

인간이 음식을 취하지 않으면 죽게 되니까 식욕을 주셨고,

인간이 이 지구상에서 자기 후손뿐 아니라

후대의 후손까지 삶을 계속 누리도록

남자와 여자라는 각기 다른 성을 주셨고 또 성욕까지 주신 겻이다.

 

그런데 이 성욕의 억제가 과연 신의 뜻에 어긋나는 것인가?

성욕은 신의 선물이지만 인간의 편에서 보면 하나의 권리이다.

평양감사도 본인이 싫으면 안 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신에게 부여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죄악이 될 수가 없다.

 

이것은 본인의 생사 문제와는 다르다.

생사 문제일지라도

이웃을 사랑하기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경우가 있다면

이것은 훌륭한 애덕 행위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제가 일신의 안위와 쾌락을 포기하고 봉사를 하기 위해서

사제직에 뛰어든다면 신의 축복이라 보아야 옳을 것이다.

 

"주여! 이 어려운 길을 주님과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힘을 주시옵소서."

 

오늘도 나는

주님의 은총의 힘이 아니면 걸어갈 수 없는 이 길을

잘 갈 수 있게 해주시도록 두 손을 모아 빌어 본다.

 

 

 

- [치마 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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