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루카 5,11). 소명은 짐을 버림으로 시작하여 버림으로 끝난다. 아브라함은 모든 것을 버림으로써 하느님께 믿음을 인정받은 분이다. 소명뿐 아니라 신앙에도 짐은 걸림돌이 된다.
“아브라함은 번제물을 사를 장작을 가져다 아들 이사악에게 지우고, 자기는 손에 불과 칼을 들었다. 그렇게 둘은 함께 걸어갔다”(창세 22,6). 이사악은 장작만 지고, 아브라함은 손에 불과 칼만 들고 함께 걸어갔다. 하느님을 향해서 가는 이는 아내도 집도, 짐이 되는 것을 놓을 줄 안다.
“아브라함이 하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에 머물러 있어라. 나와 이 아이는 저리로 가서 경배하고 너희에게 돌아오겠다’”(창세 22,5). 아브라함은 종과 나귀와도 헤어진다. 하느님을 향해서 가는 이는 도움이 되고 또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질 줄 안다.
“이사악이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아버지!’ 하고 부르자, 그가 ‘얘야, 왜 그러느냐?’ 하고 대답하였다. 이사악이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창세 22,7) 하고 묻는다. 양은 어디에…? 하느님을 향해서 가는 이는 양을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서 걷는다. 모든 것은 하느님 안에 있기에….
윤인규 신부(대전교구 솔뫼 피정의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