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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남의 축복 ----- 2007.2.4 연중 제5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2-05 조회수565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2.4 연중 제5주일                                            

이사6,1-2ㄴ.3-8 1코린15,1-11 루카5,1-11

                                                            

 

 

 

만남의 축복



만남은 신비입니다.

만남은 은총의 선물입니다.

만남은 축복입니다.


삶은 만남의 여정입니다.

살아있는 만남들을 통해 계시되는 삶의 의미들이요 참 나의 발견입니다.

 

살아있는 만남이 없이는 나를 알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만남들이 있었는지요!

 

또 평생을 같은 시대, 같은 땅,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하고 세상 떠나는 이들 얼마나 많겠는지요?


만남의 관계들 다 똑같지 않을 겁니다.

스쳐가는 만남도 있었을 것이요,

겉도는 만남도 있었을 것이며,

아픈 추억의 만남도 있었을 것이며,

계속 깊어지는 살아있는 만남도 있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모든 만남들, 주님과의 만남 안에서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되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들 여기서 만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과 베드로의 만남이 참 감격적입니다.


군중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가르치기 위해

시몬의 배에 오르신 주님의 모습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첫 눈에 베드로의 내면을 꿰뚫어 보신 주님이심이 분명합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어디 따로 있는 깊은 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내 몸담고 있는 자리가 깊은 데입니다.

 

아주 작고 시시해 거들 떠 보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깊은 데입니다.

멀리, 밖에 있는 깊은 데가 아니라 가까이 안에 있는 깊은 데입니다.

무한한 의미들을 낚아 올릴 수 있는 깊은 데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시몬의 즉각적인 대답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삶의 허무가 물씬 배어나오는 베드로의 말입니다.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시몬에게 오신 주님이십니다.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다는 말,

그대로 하느님 떠난 이들의 공허한 삶을 압축하고 있는 듯합니다.

 

평생 열심히 살았는데 남느니 허무요, 공허한 마음뿐입니다.

저절로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라는 탄식이 나옵니다.


말씀에 순종할 때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께 순종하여 말씀대로 했을 때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아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이를 목격한 시몬 베드로 즉시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주님을 만나는 순간 스승님의 호칭에서 주님으로 급변합니다.

마침내 오매불망 그리던 주님을 만난 것입니다.

 

허무한 인생을 일거에 해결해 주실,

공허한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실,

삶의 유일한 의미이신 주님을 만난 것입니다.


주님의 거울에 환하게 드러나는

죄 많은 사람으로서의 베드로의 실상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죄인으로서의 나를 발견해 겸손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리 공부하고 묵상해도 나를 알 길이 없습니다.

 

이사야와 하느님의 만남 역시 감동적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순간 죄인으로서 자기를 발견하는 이사야입니다.


“큰 일 났구나.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


“자, 이것이 너의 입술에 닿았으니,

 너의 죄는 없어지고 너의 죄악은 사라졌다.”


이사야가 하느님을 만나는 1독서의 현장 그대로

이 은혜로운 미사분위기를 연상케 합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온 누리의 하느님...”

 

미사 감사송 후에 ‘거룩하시다’ 바로 이사야가 어좌에 앉아 계신 주님 주위에

저마다 여섯 날개를 지닌 사랍들의 노래 같지 않습니까?

 

또 제단의 타는 숯 대신

거룩한 성체의 은총으로 우리의 모든 죄악을 깨끗이 없애시는 주님이십니다.


사도 바오로 역시 주님을 만난 결과가 다음과 같은 고백입니다.


“사실 나는 사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 것 없는 자로서,

 사도라고 불릴 자격조차 없는 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은총으로 지금의 내가 되었습니다.”


주님을 만났을 때 비로소 겸손이요 죄인으로서의 철저한 자각입니다.

이래서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가 그리도 좋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진정 주님을 만나 깨달은 자의 기도요,

이 깨달음이 지속되도록 하는 게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진정 내적 변화입니다.
주님을 만난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

즉시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합니다.

 

주님을 만나니 주님이 모두가 되어 버렸고,

모두였던 소유물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 있겠습니까?


“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해 가리오?”


주님을 만난 후 주님의 청에 기꺼이 응답하는 이사야입니다.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


주님을 만날 때

환상은 걷혀 맑은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실재를 보게 됩니다.

 

무의미한 세상은 의미들 출렁이는 세상이 되고,

내 몸담고 있는 삶의 자리도 거룩한 시간, 거룩한 장소로 변모됩니다.

 

밖으로는 항구한 정주의 삶이지만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떠나 흐르는 맑은 강되어 삽니다.

 

늘 지금 여기의 제자리에서 새 하늘 새 땅을 삽니다.

주님이 모두가 되어갈 수록 세상 피조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우리들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죄를 깨끗이 없애 주시고 당신을 항구히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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