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종귤 강북위지(江南種橘 江北爲枳)는 강남에 심은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춘추전국시대 고사다. 사람한테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사람은 누구와 사느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명운이 바뀔 수 있다. 탱자가 되어 끝날 수도 있었던 이교도,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은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귤이 된다. 예수님을 감동시킨 것은 그녀의 믿음이었다. 그녀의 믿음은 ‘기다림’에서 숙성된 것이었다. 마치 성전의 시메온과 한나의 그것과 같다(루카 2,25-38).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이야기에서 기다림과 믿음의 관계를 발견한다. 인생의 대부분은 기다림이다. 좋은 때, 반가운 사람, 평화, 사랑, 해방 등 삶이 갈망하는 것들은 모두 기다림 끝에 오는 것이다. 믿음은 불행이나 고통이나 절망을 기다리지 않는다. 믿는 것이나 기다리는 것은 하나로 통한다. 물론 도둑은 밤을 기다리고 나막신 장수는 비를, 짚신 장수는 볕 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것은 때를 이용하는 것이지 기다림은 아니다.
기다림은 사람을 지혜롭고 겸손하게 만들어 삶이 익어가게 한다. 지혜와 겸손은 물과 불 같은 것이지만 둘을 하나로 만드는 것은 기다림이다. 예수님을 감동시킨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의 꾀 넘치는 말은 성전의 시메온과 한나처럼 오랜 세월 하느님을 기다림으로써 삶이 익은 이의 지혜와 겸손이 드러난 것이다.
윤인규 신부(대전교구 솔뫼 피정의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