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집’에서 빈민사목을 하던 시절, ‘나눔의 집’을 운영하던 재원의 상당 부분은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충당되었습니다. 그리고 후원자들을 위한 특별한 관리 프로그램이 없던 상황이라 후원은 전적으로 후원자들의 의지에 달려 있었습니다. 일반 직장인들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적은 수준이었지만 실무자들에게 급여를 지불해야 하는 날짜가 다가오면 총무간사를 담당했던 선생님한테서 걱정어린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습니다. 통장에 남아 있는 재정으로는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지낸 18년 동안 실무자들의 급여를 지급하지 못했던 상황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재정이 부족할 때 추가 재원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일도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예상치 않았던 방법으로 부족한 재정이 채워지고 그렇게 한 달, 한 달을 넘기면서 18년을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은 빵이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다고, 그래서 빵을 소유하기 위한 계획을 삶의 가장 우선으로 설정한 이후에 다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상식이며 당연한 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같은 현상은 그리스도인들의 생활과 삶에서도, 교회를 운영하고 선교를 계획하는 일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진실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나누는 것으로 살아가는 삶’이었고, 예수님 자신이 ‘나눔’ 그 자체이며 그래서 ‘생명의 빵’이 되신다는 진실이었습니다.
‘나눔의 집’ 사목을 통하여 체험하고 깨달은 소중한 진실 가운데 한 가지 는 복음을 살아가는 곳에는, 그리스도인들의 몸과 삶을 통하여 그리스도가 살아 계신 곳에는, 참다운 나눔이 실천되는 곳에는 언제나 빵이 넘치고 남는다는 진실이었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과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면 다른 모든 것도 곁들여 받는다는 복음은 ‘가설’이 아니라 ‘진실’입니다.
김홍일 신부(성공회 · 나눔의 집 협의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