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은 복음에서 이점을 분명히 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예외 없이, 생명과 구원에 이르는 길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떠나는 길뿐입니다.
하느님을 만나지 못할 때, 체험하지 못할 때,
그 반대의 현실이 펼쳐집니다.
끊임없이 모으고, 쌓고, 채우고, 커지고, 높아지려는 삶 중에
안팎의 공간은 좁아지고 자유도 없어집니다.
죽음과 파멸을 향한 여정입니다.
바로 오늘 창세기의 독서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자, 성읍을 세우고 꼭대기가 하늘까지 닿는 탑을 세워 이름을 날리자.
그렇게 해서 우리가 온 땅으로 흩어지지 않게 하자.”
끊임없이 바벨탑과 같은 고층 건물들이 경쟁적으로 세워지는
오늘의 문명 도시의 모습 같습니다.
허욕, 허영, 허명 가득한, 죽음의 파멸에 이르는 모습입니다.
어찌 보면 이런 인간의 과시욕이나 소유욕,
인간 깊이 내재한 두려움이나 불안, 외로움의 반영일 수 있습니다.
내적 빈곤의 반영입니다.
마침내 주님은 그 현장에 개입하셔서
온 땅의 말을 뒤섞어 놓으시고,
사람들을 온 땅으로 흩어 버리셨다 합니다.
죽음을 향해 질주하는 문명 도시에 제동을 걸어 흩어 버리심으로
모두를 살리시는 주님이십니다.
새삼 오늘 날 거론되는
촌락 공동체의 복원으로
도시와 농촌, 문명과 자연의 균형잡힌 발전을 도모함이
인류 생존의 유일한 대안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지니게 됩니다.
오늘도 주님을 따라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이 복된 미사 중에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