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설] 세 개의 고향을 가진 행복한 신앙인(이기양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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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전현아 | 작성일2007-02-17 | 조회수843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신이 나서 노래 부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가래떡이 쏟아지는 방앗간을 서성대던 어린 시절 설날이 떠오릅니다. 새벽부터 친척들이 모여들면 떡국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설빔을 차려입고는 어른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를 드리고 기쁜 마음으로 받았던 세뱃돈도 그립습니다. 천주교 집안인지라 차례는 지내지 않고 성묘만 했던 그 좋은 날이 새삼 그리운 오늘, 축복의 설에 두 가지를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축복받는 법에 대해서입니다. 오늘 독서인 민수기에서는 사제들을 통해 백성들에게 복을 내려주시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데, 사실 복이란 그 복을 받을 그릇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아무리 주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가뭄에 비가 아무리 쏟아져도 그릇을 준비해야 단비를 모아 받을 수 있듯이, 복 받을 준비가 돼야 복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로 저는 여러분에게 세 개의 고향(故鄕)을 가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떻게 고향이 세 개나 되나?”하고 놀라시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세 개의 고향이란 이렇습니다.
그럼 신앙의 고향을 어떻게 가질 수 있겠습니까? 쉽습니다. 내가 세례를 받은 곳이 신앙의 고향이 될 수가 있습니다. 정말 어렵고 힘들 때 내가 찾아갔던 그 성당, 거기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위로를 받았다면 바로 그 성당이 신앙의 고향이 될 것입니다. 또 내가 결혼했던 성당이 신앙의 고향이 될 수도 있지요. 배우자와 일생을 함께 할 것을 하느님과 많은 친지들 앞에서 서약하고 맹세했던 그 성당, 그리고 부부 사랑의 결실인 아이를 낳아서 유아 세례를 시켰던 그 성당은 신앙의 고향이 돼 큰 힘을 줄 것입니다. 그래서 신앙의 고향을 가진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제일 중요한 고향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많은 신자들은 하느님 나라를 본 고향, 근본적 고향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께로부터 왔다가 하느님께로 돌아갑니다. 영원한 하느님이 계신 그 곳, 우리 선조들이 이 세상을 떠나서 돌아간 그 곳, 본 고향이 우리에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신앙인이 돌아가야 할 곳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본 고향을 믿고 희망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세 개의 고향을 다 가진 행복한 여러분 되시기를 바라며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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