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은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수녀회에 입회하여 얼마 안 되었을 때 부총장 수녀님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때 한국 공동체에 프랑스 수녀님 세 분이 계셨는데 그 중에 종신서원을 하고 한국에 오신 지 1년여 지난 가장 젊은 수녀님에게 부총장님의 방문과 만남은 아주 특별한 것 같았습니다. 부총장님의 방문을 받은 수녀님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른, 부족한 것이 없을 정도로 행복해 보였습니다. 바라던 것이 이루어진 순간에 체험하는 충만함은 잠시라 해도 소중한 것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은 종종 시간을 다툴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망 사건이나 급한 일이 생기면 식사할 겨를도 없습니다. 함께 일하는 수녀님들, 특히 안 신부님이 끼니를 거르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모습을 보면 예수님을 닮았다는 생각과 함께 헌신에 감동을 받습니다. 식사할 겨를도 없으신 예수님과 제자들의 모습, 그리고 지친 예수님이 사마리아 우물가에서 여인에게 물을 청하신 것을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다른 고을에도 가야 한다며 제자들을 재촉합니다. 이것은 음식을 먹는 일보다 하느님의 일(선행)을 우선으로 삼는 사랑의 단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순시기에 교회는 예수님의 단식을 따르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온 세상 교회가 사순절 동안 금욕과 단식을 한 결과 고통 받는 사람들과 나눔의 연대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생각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옛말에 ‘서러움 중에 가장 큰 서러움이 배고픈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북한과 아프리카의 굶주린 아이들을 생각하며 음식을 낭비하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작은 애덕이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입니다.
정순옥 수녀(프라도 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