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에 국제 본당에서 영어로 드리는 미사에 참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 왼쪽에는 아프리카 형제가, 오른쪽에는 필리핀 여성으로 보이는 자매가 있었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데 오른쪽 자매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려 저 역시 숙연해지고 안타까운 심정이 되었습니다. 주일이면 혜화동 성당에 모여 손을 잡고 자신들의 언어로 주님의 기도를 드리는 필리핀 신자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고 진실한지 나도 그들과 하나가 되어 진실한 기도를 드리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미사 후에 마음 아픈 일이 있다면 기도해 주겠다고 하자, 30대 후반의 그녀는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그리워서 눈물이 나왔다면서 미국인 사업가의 가정부로 한국에 온 지 2년이 된다고 했습니다.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 타국에 와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그 자매와 이주민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빌면서 우리 신자들 중에서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만 보더라도 형식적으로 바칠 때가 더 많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가난한 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진실한 기도입니다. 연피정을 지도해 주시던 인도 신부님이 신앙생활을 제대로 한다면 잠 못 잘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하셨을 때 깊이 동감했습니다. 이해관계 속에 자신의 뜻대로 안 될 때 괴로워 잠을 못 이루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내 뜻을 접을 때 그만큼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정순옥 수녀(프라도 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