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모든 이들의 삶 하나하나가
그대로 하느님의 구원사(救援史), 살아있는 성경입니다.
죄와 하느님 은총의 흔적이 굽이굽이 얼룩진
살아있는 성경입니다.
바로 이런 깨달음이
삶의 의미의 발견이자 구원체험입니다.
잘 살았든, 못 살았든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인생이요,
존중 받아져야 마땅한 성경 같은 삶입니다.
하여 형제자매들에게 면담성사를 드릴 때
마치 살아있는 성경 말씀을 청취하듯
집중하여 경청하게 됩니다.
신구약 성경 이야기, 그대로 구원 역사입니다.
선과 악,
은총과 죄,
믿음과 불신,
사랑과 미움,
희망과 절망,
빛과 어둠,
생명과 죽음이 뒤엉켜 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1독서 창세기의 요셉이야기,
얼마나 파란만장하게 전개됩니까?
흔히 접할 수 있는 일상사의 이야기입니다.
한결같이 결점을 지닌 인간들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형 르우벤과 유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요셉은
아슬아슬하게 하느님의 구원역사를 이어가게 됩니다.
선악이 뒤엉킨 속에서
구원역사를 펼쳐 가시는 하느님을
굳게 신뢰하고 사랑할 때,
현재의 고통과 어려움에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요셉을
이스마엘인들에게 은전 스무 닢에 팔아넘겼다.”
언뜻,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넘긴
유다를 연상케 합니다.
은연중 모든 악들도
당신의 구원 섭리에 이용하시는
하느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포도원의 소작인들의 비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짧은 안목으로 현재만 보면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포도원 주인의 철저한 패배요 실패 같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결정적 최후의 승리는 하느님께 있음을 봅니다.
십자가의 죽음으로 실패로 끝난 예수님의 삶인 듯하지만,
마침내 영광의 부활로
하느님의 승리로 끝나는 구원사의 절정을 보게 됩니다.
다음 시편을 통해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 구원의 감격을 고백합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암시하는 말씀이지만,
일상에서
우리에게 일어나는 기적을 일컫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실패한 듯 보이는 우리 인생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성공적인, 기적 같은 인생이라는 것이지요.
오늘도 우리의 하루 삶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잘 알아챌 수 있도록
이 미사 중에 주님의 은총을 청합시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