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보기」 혹은 「뒤집어 보기」라는 이름의 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시점을 달리해서 보면 같은 주제라도 새롭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일 게다. 하지만 이렇게 거꾸로 보고 뒤집어 볼 수 있는 것은 안전한 형태로 제시된 주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한 연구자는 모차르트의 음악, 셰익스피어의 희극 등을 분석하면서 이들 안에서 특정한 미학적 전개 방식이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것이 두 번 반복된 다음 전혀 새로운 것이 드러날 때(A-A-B) 사람들이 감동하게 되고, 웃게 된다고 한다. 결국 익숙함을 뒤집어 새로운 것을 드러낼 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이야기다. 달리 말하면 익숙함이란 새로운 것이 드러나기 위한 안전한 토대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구약의 예언자가 매력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뒤집어 보기, 거꾸로 보기에 능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예언자들은 뒤집어 보기의 명수였다. 백성들이 이스라엘이 망할 리 없다고, 다윗 왕조는 현실적으로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때 그들은 하느님의 재앙을 선포했다. 유배 이후, 망해가는 예루살렘을 보고 희망을 잃었을 때 그들은 찬란히 밝아오는 예루살렘을 이야기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꿰뚫어 진실을 볼 줄 아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는 하느님께서 주관하신다는 안전한 토대,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전함에 머물 것인가? 새로움에 문을 열 것인가? 예수님을 만난 나자렛 사람들이 가진 물음이었다. 이 물음은 오늘날 우리한테도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하느님의 선택된 백성으로서 누리는 율법과 성전 제의와 조상들의 전통이라는 안전한 틀 안에 머무를 것인가? 내가 믿는 종교가 주는 혜택, 교리와 전례와 전통 안에 머무를 것인가? 아니면 내 삶에서 시시각각으로 만나게 되는 ‘거꾸로 세상을 읽고, 뒤집어 세상을 보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내게 주어진 신앙 유산을 풍요롭게 하고 새롭게 할 것인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사순시기다. 이 시기에 우리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예언자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다르게 세상을 드러내 주고 뒤집어 보여줄 줄 아는 사람. 그래서 나를 생각하게 하고 힘들게 하지만 새로움에 눈뜨게 하고, 내가 익숙하게 여기는 것에 새로운 힘을 주는 우리 시대의 예언자를 만나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예언자가 되어주는 사순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최성기 신부(서울대교구 수궁동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