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은 씨앗/옮겨온 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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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춘식 | 작성일2007-03-14 | 조회수662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작은 씨앗/옮겨온 글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경숙이 언니는 혼자 된 어머니와 함께 사는 제 어린 시절 한동네 언니였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세살 위인 언니는 짓궂은 아이들로부터 늘 저를 지켜주고 친동생처럼 돌봐주곤 하여 외동딸인 저도 언니를 친언니처럼 따랐지요. 어느 날, 언니는 제 손을 잡고 아주 허름하고 좁은 가건물로 데려갔었는데 그곳에서 저는 처음으로 로만칼라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그 이후로 왜 그곳에 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일요일이면 언니 손에 이끌려 그 아저씨를 보러 가곤 했지만 사실 노래하다 일어섰다, 앉았다하는 이상한 형식엔 별 관심이 없었고 끝나면 하나씩 주는 빵이 맛있어서 언니를 따라 더 열심히 다녔었습니다. 주기도문을 다 외우면, 영세를 받을 수 있다했지만 그걸 왜 외워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저는 그저 언니가 외워라하니 열심히 외웠지요. 그렇게 얼마간 성당을 다니던 어느 토요일, 경숙이 언니는 삼촌네 갔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데리러 올 테니 다른 곳에 가지 말고 깨끗한 옷을 입고 자기를 꼭 기다려달라며 신신당부를 하며 떠났습니다. 세례를 받는 날이라 하였습니다. 세례를 받는다는 뜻이 뭔지 몰랐지만, 두 갈래 머리 예쁘게 땋아 리본까지 맨 어린 소녀는 하루 종일 대문만 바라보며 언니가 올 때까지 열심히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때 까지 웬일인지 그녀는 오지 않았지요. 그리고 며칠이 지나고….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었지요. 일요일 아침 일찍 삼촌 집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교통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그만 하늘나라로 떠나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성당에 갈 일이 없었습니다. 아무도 제 손을 잡고 성당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어느 겨울 저는 명동성당에서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났습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아무것도 몰랐지요.…. 그녀가 제 가슴에 무엇을 심고 떠났는지를…. 두 갈래 머리 나풀대며 잘 웃던 어린 소녀 가슴에 소녀가 미처 느끼지도 못한 사이, 작은 씨앗 하나가 심어져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 신비한 씨앗은 훗날 아름다운 꽃으로 이곳저곳 아주 많이 피어났습니다. 소녀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가족 모두, 삼촌 가족 숙모의 친정가족, 친구들, 이웃들….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꽃이 되어 소녀의 주변 사람들에게 피어났습니다. 우리의 사랑이 작은 씨앗이 되어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으로 심어진다면 먼 훗날 아주 큰 행복으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그것이 꼭 선교의 목적이 아니라 할지라도 어떤 이에게는 삶을 살아가는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감사의 마음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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