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보시오, 당신 아버지시오 / 최시영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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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07-03-16 | 조회수560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지나온 나의 삶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근 몇 개월의 시간은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아주 힘든 시간이었다. 지금 이렇게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만도 기적처럼 느껴진다. 어깨 수술 후에 통증이 더 극심하게 나타났다.
하루 종일 통증이 나를 떠나 있던 시간이 없었다. 별도의 더 강한 진통제 처방으로도 부족하여 이와 함께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한 두 시간 눈을 붙일 수 있었고, 잠에서 깨면 다시 통증으로 밤새 전전긍긍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이었다.
고통을 덜기 위해서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난한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해오던 익숙한 일들 그 어느 것도 예전처럼 할 수 없었던 아주 가난한 시간이었다. 단지 하나 나에게 허락되었던 것이 있었다면 ‘통증 속에 사는 것, 통증을 떠날 수 없는 것, 또는 통증과만 함께 있는 것’ 뿐이었다. 그 어떤 것도 나와 통증 사이에 들어올 수 없었다. 내가 통증이고 통증이 곧 나였던 시간이었다.
내 몸의 상태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으니 이제는 예전의 일상으로 되돌아 갈 수 있으려니 생각하였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 시간을 벗어났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내 몸은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는 것 같다. 내 몸이 아직 예전처럼 어떤 것에 잠심하도록 나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어떤 손길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나는 일상으로 되돌아가려하고 그러다 가로막혀 있음을 느끼고 ... 이렇게 이 양자 사이를 오가고 있는 중이다.
오히려 마음에는 평화가 있었고 지금까지 내가 드린 기도와는 다른 차원의 기도를 배우고 있으며 그것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내가 건강해서 그리고 잠심해서 얻은 평화와 안정감은 아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엇이 그 고통스런 시간 한 가운데에서 나에게 전해준 예기치 못한 선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선물이 있음에도 아직 일상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희미하게나마 지금까지 알아듣는 것은 예수님께서 내가 당신 아버지를 꼭 만난 다음에 일상으로 되돌아가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바로 그분이 소리 없이 내 모든 시간에서 나의 피난처가 되신 분이었음을 확인시켜 주시려는 것 같다.
그리고 내 모든 삶의 무게를 당신 아버지께서 감당하고 계심을 확인하고 그분 앞에 내 모든 약함과 무능함 내 모든 불안과 두려움을 내려놓고 그냥 돌아가라 하신다. 또 한 번 거저 무조건 온전히 용서받은 느낌이다. 잔잔한 감사의 마음이 번져온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건, 심지어 그분 배려 안에 살고 있지만 그분이 내 아버지이신지조차 모르고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시 새 생명과 새로운 가능성을 마음껏 살아가라고 초대하신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사순시기동안 나에게 주시기를 간절히 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예수회 홈페이지>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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