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시) 이삿짐을 싸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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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7-03-20 | 조회수586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이삿짐을 싸며> 이십여 년을 부대끼며 살아온 동네 막상 떠나려 하니 산책길 길섶에 핀 풀포기 나뭇가지 보도에 그어진 빗금마저도 하나하나가 내게 말을 걸어온다 30대 젊은이에서 50대 아저씨가 되기까지 동네 이웃들과 나눈 사랑의 열매를 갈대 무성했던 나대지가 덩그러니 콘센트막사 성당으로 다시 현대식 빌딩들로 바뀌도록 술안주 삼아 실컷 따먹었다 나보다 더 오래 살고 있는 이가 많은 곳 이 서울 땅에 몇이나 될까? 길 하나 건너면 숲들이 시작되어 산봉우리 마다 이름 붙은 이곳 특별시 강동구 명일동 새삼 푸른 약수로 목 축여 행여 남은 욕심 씻어 낸다 사연 깃든 집안 기둥마다와 땀내 밴 숲속 길을 손으로 쓰다듬어다가 이삿짐 꾸러미마다 묻혀둔다 이제 어른과 합쳐 짐 푸는 새집에도 옛 향기를 넉넉히 풍겨 내리라 그러면 눈에 밟히는 모든 것들이 축복으로 손 흔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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