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은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귀족 남자 다르시의 오만과 평민 여자 엘리사벳의 편견이 잘 묘사되어 있다. 여기서는 이 두 주인공이 어떻게 지독한 오만과 편견을 극복하며 사랑을 찾아가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덫이었던 오만과 편견에서 해방되었을 때 드디어 서로의 참모습을 발견하며,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루어진 사랑 앞에서 환희의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누구한테나 나름대로의 오만과 편견이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 수만 있다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유다인들의 오만과 편견을 본다.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갈릴래아? 그 촌구석에서 메시아가? 어림도 없는 소리! 유다인들의 지도자들, 특히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은 완벽한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도대체 메시아를 알아볼 수 없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비늘이 그들의 눈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끝까지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했으며 자신들이 그토록 애타게 기다려 온 메시아를 자기들 손으로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다.
우리는 어떤가? 아니, 나는 어떤가? 나는 오만과 편견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 누구한테나 편견과 오만은 있으며 그것을 발견하고 던져버릴 때까지는 그들을 지켜주는 심리적 무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이런 굴레를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또다시 편견에 기울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때 참으로 슬퍼진다. 그러나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며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 5,8)를 되새긴다.
정복례 수녀(성모영보수녀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