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죄를 짓지 마라” --- 2007.3.25 사순 제5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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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명준 | 작성일2007-03-26 | 조회수597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3.25 사순 제5주일 이사43,16-21 필리3,8-14 요한8,1-11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는 죄를 짓지 마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오늘 ‘간음하다 잡힌 여자’의 복음도 참 감동적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이십니다.
우리 모두 이런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으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간음하다 잡힌 여자의 처지에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자포자기로 삶을 포기했을 것입니다.
도저히 헤어날 길은 없어 보이는 암담한 상황입니다. 악마가 따로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는 이들이 그대로 악마들이요, 이 또한 우리의 가능성입니다.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했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예수님을 올가미 씌우려는 교묘한 질문입니다.
비록 간음하다 잡혔지만 도대체 이 여자에 대한 인권에는 추호도 관심이 없습니다.
완전히 짓 밟혀진 인권에 살았다하나 실상은 죽은 목숨입니다.
당신이 선포하신 복음의 아버지의 자비에 거스르는 것이요, 아버지의 자비에 따라 살려주면 율법을 거스르는 것이니, 예수님의 처지가 참 진퇴양난입니다.
저는 복음 묵상 중 서두 말씀에 주목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성전에 가시니 온 백성이 그분께 모여들었다.’
그대로 기도와 일이 생활화된 예수님의 삶이셨습니다.
밤샘 기도 중,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된 삶이셨음을 깨닫습니다.
다음 사건의 진행 중에 예수님의 천상적 지혜는 빛을 발합니다. 사실 이런 천상적 지혜는 기도의 열매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즉답을 피하고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합니다.
참으로 지혜로운 처신입니다. 이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밖으로 향한 눈길을 자기 안으로 돌리려는 무언의 몸짓입니다. 이들의 무자비함을 개탄하면서 이들의 죄목을 하나하나 땅에 써보지 않았겠나 생각됩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 후, 몸을 일으키시어 촌철살인(寸鐵殺人), 한 말씀으로 이들의 양심을 일깨웁니다.
천상적 지혜의 말씀입니다.
이 한 말씀으로 군중들의 악을 잠잠케 하신 후, 다시 몸을 굽히시어 무엇인가 또 쓰시는 주님이십니다.
침묵을 통해 이들의 회개 작업을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들은 이 말씀을 듣고 나이 많은 자들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하나씩 떠나갔다 합니다.
참으로 자기의 죄를 알면 알수록 판단하지 않습니다. 자비로운 언행이 뒤 따릅니다.
이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간음하다 잡힌 여자는 마음 속 깊이 뉘우쳤을 것이며 모였던 군중들도 각자 죄스런 자기의 내면을 보고 부끄러워 조용히 사라졌을 것입니다.
다음 한 말씀이 오늘 복음의 요약이자 결론입니다. 자비로운 주님의 마음이 가득 담긴 말씀입니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자비하신 하느님 하시는 일은 용서입니다.
누가 누구를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부터 죄짓지 않고 살면 됩니다.
언제든 깨달아 시작하면 늦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눈은 우리의 과거가 아닌 현재로, 미래로 향하고 있습니다.
진정 우리가 죄를 뉘우칠 때 과거를 불문에 붙이시는, 과거를 묻지 않는 주님이십니다.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말라. 보아라, 내가 이제 새 일을 시작하였다.”
왜 어리석게도 과거를 들추어내어 괴로워하고 아파합니까? 간음하다 잡힌 여자뿐이었습니다.
자비로우신 주님을 만나 죄를 용서 받았으니 복된 죄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 이 여자 생명의 은인인 주님을 평생 가슴 깊이 모시고 살았을 것입니다.
재수가 없어 붙잡혔을 뿐, 우리 모두 내면의 죄스런 모습입니다.
그러니 잘나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2독서에서의 바오로의 체험도 이와 똑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존귀합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서 모든 것을 잃었고, 그것들을 모두 쓰레기로 여기고 있습니다. 나는 내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하늘로 부르시어 주시는 상을 얻으려고 그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오늘 복음의 용서 받은 여자의 고백이었을 것이며, 믿는 우리 모두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남은 사순시기 힘차게 달려가도록 하십니다.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당신의 생명과 사랑으로 우리를 가득 채워 주십니다.
우리 영혼의 광야에 샘을 내시고 마음의 사막에 생명의 강을 내십니다.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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