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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은 비움의 과정" --- 2007.4.1 주님 성지 주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1 조회수561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4.1 주님 성지 주일

                                            

이사50,4-7 필리2,6-11 루카22,14-23,56

                                                        

 

 

 

 

 

"삶은 비움의 과정"

 

 



영적 삶은 안팎으로 끊임없이 비워가는 과정입니다.


살 줄 몰라, 어리석어,

욕심으로 모으고 쌓고 채워가는 사람들이지,

진정 살 줄 아는 무욕의 지혜로운 이들,

안팎으로 끊임없이 버리고 비워갑니다.


바로 오늘 수난 복음과 독서에 나타나는 주님의 모습이

그 비움의 전형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신 분이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아지셨습니다.

 

마침내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막연한 비움이 아니라 순종과 섬김을 통한 비움입니다.


순종으로 비우고 비워

마지막 십자가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신 주님이셨습니다.


여기까지 내려간 사람,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비움은 충만 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십자가의 밑바닥까지 내려가신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어,

모든 이름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순종과 겸손으로 자기를 비우고 비울 때

하느님은 그를 드높이시고 충만하게 하십니다.


비우는 길이 충만을 향한 길이요,

내려가는 길이 올라가는 길이요,

낮아지는 길이 높아지는 길입니다.

 

이처럼 영적 삶의 길은 언제나 역설적입니다.


저는 주님의 수난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침묵의 분위기에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비움의 침묵에서 솟아나는 기도요,

절제된 말씀임을 깨닫습니다.


증오나 미움이 분위기는 추호도 없고

오히려 담담하고 평화롭기 까지 합니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듯,

침착하신 예수님과는 달리,

이성을 잃고 날뛰는 군중들이요

불안해 어쩔 줄 모르는 헤로데와 빌라도입니다.


자기 비움의 침묵에서 솟아 난

주님의 세 기도가 참 감동적입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평생 아버지의 뜻대로

순종과 섬김의 삶을 사셨음을 요약하는 기도입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


역시 평생을 용서의 삶을 사셨던,

연민 가득한 주님의 모습이 환히 드러납니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예수님의 임종기도,

마지막 봉헌이자 비움의 절정입니다.  

 

평생 아버지만을 찾으며 사셨던

예수님의 마지막 임종기도 역시,

우리의 임종 때 바칠 기도입니다.


주님은 올리브 산에서 기도하시던 중,

제자들에게 거푸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라고

충고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체험의 반영입니다.

예수님께서 내적으로 겪으셨을 유혹은 얼마나 많았을까요?


그러나 예수님은

이런 모든 유혹들 기도를 통해 모조리 물리치셨습니다.

 

하여 아무도 저주하지 않고, 원망하지 않고, 증오하지 않고,

오히려 불쌍히 여기고 기도하며 임종하셨습니다.


마지막 임종 광경을 보던 군중들도

가슴을 치며 돌아갔다 합니다.


부화뇌동하여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미쳐 날뛰던 군중들,

제정신이 들어 회개한 것입니다.

 

바로 이게 양면성을 지닌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할 때에야

비로소 제정신으로 살 수 있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비움의 과정입니다.

섬김과 순종으로 안팎으로 비워가는 삶입니다.

 

우리가 겪는 모든 어려움, 고통들

자기 비움의 계기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래야 어려움이나 고통들, 상처나 짐이 되지 않습니다.

비우고 비워진 우리의 그 텅 빈 낮은 자리에서

십자가의 그리스도를 만나고,

우리의 비움은 마침내 주님의 충만이 됩니다.


비움에서 샘솟는 기도요, 충만함에서 샘솟는 기쁨입니다.


남은 성주간,

주님과 함께 순종과 겸손, 섬김의 생활로

자기 비움의 수행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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