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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와 간음한 여인 / 최시영 신부님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3 조회수961 추천수8 반대(0) 신고

 

렘브란트 (Rembrandt)라는 네델란드 화가가 있다. 돌아온 아들을 당신 가슴에 품고 있는 연로하신 아버지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이다. 그의 작품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간음한 여인에 관한 그림이 있다.

 

20여년쯤 전에 그 그림이 소장된 미술관을 몇 차례 관람한 적이 있다.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이 그림을 이야기 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그 때 그 그림을 보았을 때에 남았던 인상이 아직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복음이 전하는 대로 예수님과 군중들 그리고 그 가운데에 간음한 이 여인이 있는 그림이었다. 그 당시 그 복음 안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모습을 그 그림은 아주 선명히 보여주고 있었으나 그때까지 나는 그 의미를 알지 못하였다.

 

그림에 등장한 많은 인물들 가운데 유독 그 여인에게만 신비한 빛이 비추어 지고 있었다. 어쩌면 등장인물들 가운데 가장 순결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바로 이 부분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림 속에 신비한 빛에 싸인 그 여인의 모습이 이상하면서도 인상적으로 남아있었다.

 


  지난 사순 5주일 복음에서 이 장면을 다시 만났다. 그 동안 이 복음을 여러 차례 만났었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림 속의 그 여인이 내 안에서 살아나는 느낌이다.

 

그리고 예전에 내가 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침묵으로 그리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그 신비한 빛으로 나에게 설명해 주는 듯하다. 자신이 왜 이렇게 행복하며, 자신이 예수님께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며, 예수님께서 왜 수난의 길을 가시는지 등을 조근 조근 들려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얼마 전에 읽었던 어느 신부님의 혼인성사에 대한 강론이 떠오른다. 오늘 이 복음의 여인은 그 강론을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해준다. “…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어 그를 위해 자신을 넘겨주셨던 것처럼 아내를 사랑하십시오. …

 

이것은 그분이 교회를 화려한 모습으로 당신 앞에 나오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교회가 때나 주름이나 그와 비슷한 어떠한 흠도 없이 거룩하고 나무랄 데 없게 하려고 하신 것입니다.” (에페 5, 25-28)

 

그 신부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덧붙이셨다. “만약 배우자의 흠이나 주름이 그러한 사랑으로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면 이 흠이나 주름은 그 배우자의 아름다움을 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아름다움을 더하는 것일 것입니다.”라고.

 


  그 그림 속의 여인을 그렇게 순결하고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으로 드러나게 하는 그 신비한 빛은 결국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였다. 하느님의 용서와 자비를 받아들이는 영혼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답고 순결하고 거룩하게 된다는 사실을 렘브란트는 그 그림에 담아 놓았다.

 

사실 인간이 이보다 더 거룩하고 완전하고 아름답게 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이 곳 외에는 결코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만나실 수 있는 유일한 곳, 또 인간이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 바로 그곳이 이 곳 용서와 자비가 흘러넘치는 곳이다.

 


  며칠 후면 성주간에 들어가게 된다. 나의 잘못으로 잃어버린 아름다움, 거룩함, 순결함, 완전함을 되찾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넘겨주신 시간이다. 그 여인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이제 우리들도 체험할 시간이 다가온다.

 

어떤 당위성 때문도 아니요 누구의 강요 때문도 아니다. 그분에게 있어서 내가 이토록 소중하고 사랑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당신을 넘겨주신다. 이번 성주간은 예수님의 그 마음이 온전히 우리를 사로잡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타볼 산에서 아버지의 시선이 아들 예수님을 빛나게 하신 것처럼 예수님의 시선 안에서 우리도 환하게 빛나게 될 것이다.

                                      

                                                                          예수님 부활을 축하드리며 

                                                                                              최시영 신부

 

                                                                    < 예수회 홈 페이지>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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