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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5일 야곱의 우물- 요한 13, 1-15 묵상/ 베드로처럼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5 조회수680 추천수3 반대(0) 신고

베드로처럼

파스카 축제가 시작되기 전,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만찬 때의 일이다. 악마가 이미 시몬 이스카리옷의 아들 유다의 마음속에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불어넣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당신 손에 내주셨다는 것을, 또 당신이 하느님에게서 나왔다가 하느님께 돌아간다는 것을 아시고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하여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에게 이르시자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 하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제 발만 아니라 손과 머리도 씻어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목욕을 한 이는 온몸이 깨끗하니 발만 씻으면 된다. 너희는 깨끗하다.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당신을 팔아넘길 자를 알고 계셨다. 그래서 “너희가 다 깨끗한 것은 아니다.” 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 겉옷을 입으시고 다시 식탁에 앉으셔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가 너희에게 한 일을 깨닫겠느냐? 너희가 나를 ‘스승님’, 또 ‘주님’ 하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 나는 사실 그러하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
(요한 13,1-­15)

◆베드로는 거절한다. 예수께서 자신의 발을 씻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맞다. 하지만 하느님이 하시는 일을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살아가면서 가끔은 거절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인간적으로 내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그러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거절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를 사제로 바라보고, 나는 인간으로서 나를 생각한다. 인간으로서 나는 보잘것없는 존재이지만 사제로서의 나는 그리스도의 대리자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관심과 사랑이 가끔은 부담스럽기도 하다. 사제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큰 짐으로 다가온다.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이고, 내 안에 그리스도를 모시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그 사실을 거부하고 싶어한다. “제 발은 절대 씻지 못하십니다.” 한 베드로처럼. 그러나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은 내가 싫더라도 그분의 뜻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과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것. 이러한 삶은 때로는 일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거절하고 싶지만 거절할 수 없는 그분의 요구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신앙으로 응답하며 살아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닐까?

이홍일 신부(인천교구 동춘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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