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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땅 아래에서 만나는 하느님" --- 2007.4.5 주님 만찬 성목요일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05 조회수585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7.4.5 주님 만찬 성목요일                              

 

탈출12,1-8.11-14 1코린11,23-26 요한13,1-15

                                                  

 

 

 

 

"땅 아래에서 만나는 하느님"

 



우리 교회는 오늘 이 주님의 저녁 만찬 미사로

전례주년의 정점인 파스카 삼일을 시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갈 때가 된 것을 아시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시던 우리들을 끝까지 사랑하시어

이 만찬미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의 평생 거룩하고 아름다운 삶이, 사랑이

이 은혜로운 만찬미사에 고스란히 압축, 요약되어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의 결정체가 최후의 만찬미사요,

과연 ‘알렐루야’로 사시다가 ‘아멘’으로 끝맺는

주님의 삶이셨음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마지막 떠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잘 살아야 잘 떠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떠나시기 전,

온 인류가 세세대대로 영원히 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마련해 주시고 떠나시는

주님의 한량없는 사랑이 너무나 고맙고 감동스럽습니다.

 

죽음도 참 좋은 선물일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만찬 식탁에서 일어나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주님의 기상천외한 발상,

지극한 사랑이 아니곤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주님께서 몸소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이 장면보다

더 거룩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있을 수 있을까요?

 

해마다 이 장면을 읽을 때 마다 새로운 감동입니다.

묘사가 아름다워 그대로 인용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식탁에서 일어나시어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들어 허리에 두르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잃어버린 아들을 되찾았다 껴안고 기뻐하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에 버금가는,

참 거룩하고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우리에 대한 하느님 사랑의 절정이자 극치입니다.

참 사랑은 겸손과 섬김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말만의, 마음만의 사랑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랑입니다.

 

이런 실천의 사랑이 없어 세상이 그리도 황량해져가는 겁니다.

사랑에 대해서 아무리 알아도,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면

그 사랑 아무것도 아닙니다.


매 미사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늘의 만찬미사 때처럼

발 씻김 예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권위로 지배하고 다스리라 주어진 사제직이 아니라,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주님처럼

섬김의 직무에 충실 하라 주어진 사제직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직무가 있다면

발 씻어 주는 예식이 상징하는 것처럼,

오직 하나 섬김의 직무뿐입니다.


다음, 우리 모두를 향한 복음의 결론이자

주님의 최후 유언과도 같은 말씀입니다.


“주님이며 스승인 내가 너희의 발을 씻었으면,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한다.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본받을 분은 주님 한분뿐이시며,

본받을 행동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주님의 사랑뿐입니다.

 

우리에게 성장이 있다면, 사랑의 성장 하나뿐입니다.

 

방금 들은 오늘 복음 환호송의 주님 말씀도

이를 분명히 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진정 주님의 제자인가를 식별하는 기준은

겸손과 섬김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뿐입니다.

 

새삼 하늘 높이에서 만나는 하느님이 아니라,

땅 아래에서 만나는 겸손과 섬김의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을 찾고 찾아도 못 만나는 것은,

땅 바닥 저 낮은 자리에서

가난한 이들의 발을 닦아 주시는 하느님을,

하늘 높은 곳이나 안락한 자리

엉뚱한 곳에서 찾기에 못 만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진리를 진작 깨달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봉사에 온 생애를 바쳤던

마더 데레사 성녀였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하느님의 전능은 사랑의 전능이며,

하느님의 깊이는 사랑의 깊이입니다.

 

발 씻김 예식에 이어

주님은 성찬예식을 통해 당신 전부를 내어주십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은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당신의 몸과 피를,

당신 전부를 우리의 생명으로 내어주신

주님의 간곡한 당부말씀입니다.

 

우리의 발을 씻어 주신 주님을,

당신의 존귀한 성체와 성혈을 주신 주님을 늘 상기하라는 말씀이며,

또 이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의 영성생활의 성패도

끊임없이 주님을 기억하며 살아내는 데 달렸습니다.

 

한 시간의 미사전례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하루 스물 네 시간 전체가

겸손과 섬김의 장인 미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는 미사로 수렴되고 미사는 하루로 퍼져나갑니다.


미사가 없으면 세상도 없습니다.

 

세상이 이처럼 지탱되는 것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봉헌되는

미사 덕분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저의 말이 아니라 오상의 비오 신부 성인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래서 매일 정성껏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참 좋으신 주님은

당신의 ‘새로운 파스카’인

이 은혜로운 만찬미사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재앙에서 지켜주시고,

겸손과 섬김의 사랑 실천에 항구 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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