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밤이다. 부활의 느낌은 어떤 것일까? 신앙인은 부활을 믿는 사람이다. 지금 나는 부활을 믿고 있는가? 그리고 부활의 느낌, 신앙의 기쁨을 느낀 적이 있는가? 내가 겪은 신앙 체험이 부활의 기쁨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신앙 체험은 번개 치는 것 같은 요란한 것을 말하지 않는다. 코끝에 스치는 산들바람에서 하느님을 느끼면 그것이 부활의 체험, 신앙 체험이 된다. 우리의 일상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이다. 한때 하느님을 느끼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내가 하느님을 느끼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느님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에 성소까지도 흔들리던 때가 있었다.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찾아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묵상하고, 기도도 해보고, 노력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소용이 없었다.
그렇게 하느님 찾기를 포기했을 때 갑자기 평화가 찾아왔다. 부활 성야미사를 드리러 가던 중이었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고, 나의 존재가 바로 하느님께서 계시다는 증거로 다가왔다. 그로 인해서 내 안에는 기쁨이 충만했다. 그날 가장 기쁘게 부활미사에 참례했다. 부활 체험·신앙 체험·하느님 체험은 특별한 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평범한 일상 안에서 우리가 느껴야 하는 것이다.
복음에서도 제자들이나 여인들이 그저 ‘일어난 일을 속으로 놀라워하며 돌아갔다.’ 하고 말한다. 평범한 일상 안에 숨어 있는 놀라운 신비를 발견하고 느끼며 감탄하는 그 순간이 바로 부활 체험이며 하느님 체험인 것이다.
이홍일 신부(인천교구 동춘동 천주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