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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1일 야곱의 우물- 루카 24, 13-35 묵상/ 사람 일은 순간을 모른다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7-04-11 조회수738 추천수2 반대(0) 신고

사람 일은 순간을 모른다

(필자가 묵상한 구절을 중심으로 싣습니다.)
(안식일 다음날)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박히시게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주더랍니다.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루카 24,13-­35)

◆낮 한 시가 지나자 여의도 문화마당은 ‘고 정용품 동지 추모와 쌀 협상 국회 비준 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 형제들로 가득 찼다. 만 명 남짓 모인 것 같았다. 농민 형제들이 늘어날수록 전투경찰(전경) 수도 늘어나는 것 같았다. 노래와 구호가 늦가을 하늘을 울리고 노란 은행잎이 농민 형제들의 서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에 날렸다. 1부 ‘고 정용품 농민 형제 추모식’과 2부 행사가 끝나고, 몇몇 젊은 농민 형제들이 전경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전경들은 물대포를 마구 쏘아댔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밀고 당기며 마치 전쟁터처럼 살벌해져 갔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겨레의 아들’인 전경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그럼 누가 죄인이란 말인가? 부시란 말인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란 말인가? 권력이란 말인가? 자본이란 말인가? 아니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 곁을 늙은 농민이 피범벅이 되어 비틀거리며 지나갔다. 얼른 가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주고 돌아서는데 ‘퍽’ 소리가 났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잠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그리고 얼마 뒤, 누군가 내 팔짱을 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비켜주세요, 부상잡니다.

 

 

자, 자, 조금씩 비켜주세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 머리에서 얼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제야 ‘퍽’ 소리가 내 머리에 방패가 찍히는 소리였다는 것을 알았고, 나를 살리기 위해 팔짱을 끼고 달린 사람이 서울 우리농에서 일하는 맹주형 아우란 것도 알았다.
10분쯤 달렸을까? 마침 큰길 신호등에 걸린 경찰차를 잡아타고 닿은 곳이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이었다. 20분쯤 지나자 응급실은 부상당한 농민 형제들이 밀어닥쳐 말 그대로 ‘피바다’였다. 내 머리가 얼마나 찢어졌는지 속옷까지 피에 젖어 있었고, 아무리 수건으로 눌러도 피는 멈출 줄 몰랐다.

 

 

그래도 ‘살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그때 문득 고난을 겪으신 예수님이 ‘젊고 건강한 네가 다쳤으니 얼마나 큰 다행이냐?’ 하면서 내 어깨를 툭툭 치셨다. ‘그렇구나. 늙은 농민이 맞았더라면 돌아가실 수도 있었겠지. 내가 맞아서 얼마나 다행한 일이야.’ 생각하며 사람 일은 순간을 모르니 늘 몸과 마음을 비워두어야겠구나 싶었다. 그날이 2005년 11월 15일이었다.

서정홍(농부시인 · 마산교구 삼가공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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